의혹 풀 '핵심 열쇠' 손준성 아이폰 확보했지만…
손 검사는 평소 비밀번호를 설정해 놓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 압수수색에서는 아이폰 잠금기능을 해제할 수 있는 비밀번호 확보가 관건이었다. 하지만 손 검사는 아이폰 비밀번호를 공수처 측에 밝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증거 확보를 위해 이례적으로 신속한 압수수색에 착수한 공수처가 아이폰 비밀번호라는 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앞서 공수처는 시민단체의 고발 3일 만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 검사를 입건하고 이튿날 압수수색에 나섰다.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가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에게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게 주요 혐의이다.
지난해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검찰이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아이폰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수사가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1심 무죄 선고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은 아직까지 한 부원장을 기소하지 못하고 기약 없이 포렌식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 포렌식이 난항을 겪자 수사팀이 지난해 7월 한 부원장의 휴대전화에 대해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사팀장이던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 부원장을 덮쳐 독직폭행 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이번 '고발 사주' 의혹에서도 손 검사의 휴대전화 포렌식은 수사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증거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고발장과 첨부자료들을 손 검사가 직접 김웅 의원에게 전달했는지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 검사 휴대전화 포렌식이 한 부원장의 경우처럼 진척되지 못할 경우 수사 자체가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강력한 저항에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 실패
반면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가 말한 게 아니라, 보좌관이 의원이 협조해주라고 얘기를 해서 압수수색을 시작했고 △압수수색 영장에는 의원실과 부속실, 대상자가 사용했거나 사용 또는 관리 중인 PC와 서류라고 적시돼 있기 때문에 보좌진의 PC 관리의 책임도 의원에게 있으므로 적법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압수수색 당시 양 측이 찍은 동영상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진위는 곧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측은 영장을 정확히 제시했고 변호인을 선임할 것인지까지 물었으며 이에 대한 동영상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오자마자 휴대전화를 자리에 두고 컴퓨터에서 손을 떼고 일어나라고 한 뒤, 영장을 설명했는데 막 넘기면서 읽었기 때문에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면서 "보좌진 PC를 뒤질 때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의원님이 혹시 사용했을까봐 확인하겠다고 했다는 등의 영상을 가지고 있고 준항고장 낼 때 녹취로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5곳 가운데 김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만 영장을 집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만간 압수수색 영장 재집행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10일 오후 9시 30분쯤 의원실에서 철수하며 "압수수색 영장 재집행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