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與 경선 2R…이낙연의 '배수진' 통할까

지난 7일 오후 대구 TBC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토론회에 앞서 후보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용진, 정세균, 이낙연, 추미애, 김두관,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전체 경선 선거인단 3분의 1의 투표 결과가 공개되는 이른바 '슈퍼위크'를 앞두고 표심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첫 지역 경선지인 충청에서 충격패를 당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펼친 데 이어 다른 후보들 또한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모든 것 던져 정권재창출 이루겠다"…의원직 던진 이낙연

 
이 전 대표는 8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저는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정권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충청지역 경선에서 절반에 가까운 권리당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등 당심에 충분히 호소하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는 한편, 의원직이라는 돌아갈 다리를 없앰으로써 이번 대선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특히 이번 주말 대구·경북지역 경선을 앞두고 있음에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가 아니라 정치적 고향인 광주에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약세지역을 두고 2주 후 열리는 호남지역 경선에서 효과를 최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전 대표의 측근 인사들은 의원직 사퇴에 대해 막판까지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이 전 대표 본인이 기자회견 직전 결심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의 경선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는 전날인 7일 '네거티브와의 근절'을 선언하고도 선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날선 말을 던진 데서도 드러났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도덕적이지 않아도 좋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민주당과 보수 야당이 도덕성에서 공격과 방어가 역전되는 기막힌 현실도 괜찮겠느냐"며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에 합당한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정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낙연 캠프가 지속적으로 도덕적 자질을 문제 삼았던 이 지사를 겨냥한 것이다.
 
이낙연 캠프 김효은 대변인은 "이 후보는 배수진을 치고 정권 재창출에 인생 전부를 걸었다"며 "국민 여러분들께서도 위대한 민주주의의 길에 동참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응 자제하는 이재명측…"국민 뜻 저버린 행동" 견제 나선 경쟁자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윤창원 기자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선언에 이 지사 측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충청지역 경선으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지만 여전히 상당수 당 내 친문 지지층이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 데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인 무게감을 고려했을 때 가볍게 대응하기 어렵게 때문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강수를 두셨다"며 "쉽게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내 경선보다는 본선 경쟁력 확보를 중요한 과제로 보고 야권 주자에 대한 대응이나 보다 큰 규모의 아젠다 선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힘 홍준표 후보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기존 윤석열 전 검찰총장 중심에서 대응의 폭을 더 넓힐 방침도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 선언 직후에는 지역구인 서울 종로가 가지는 상징성과 사퇴 시기 등을 놓고 다수 캠프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경쟁 캠프 관계자는 "깊이 고심한 것은 알겠지만 이미 5선 국회의원과 전남지사, 국무총리, 당대표까지 지내신 분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는 것이 큰 의미가 있겠느냐"며 "안 하겠다던 네거티브가 나왔는데 다시 과열 양상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 충청지역 경선에서 3위를 차지하며 경선 목표를 3위에서 2위로 수정한 추미애 전 법무장관 측은 즉각 공식 대응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윤창원 기자
추미애 캠프는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 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 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버리는 것은 스스로 정치인의 길을 포기한 것이다. 사퇴 의사를 철회하고 경선에 집중하라"고 날을 세웠다.
 
추 전 장관 측은 이날 이 전 대표의 선언이 '책임을 지지 않는 후보'의 이미지를 가져와 추 전 장관과의 2등 싸움을 더욱 지피게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종로를 버린 것은 민주당의 위기다. 종로를 저 쪽에 빼앗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경선 후보 정세균 전 국무총리. 윤창원 기자
정 전 총리 측은 이 전 대표의 행보에 신경 쓰지 않으면서 대구·경북을 비롯해 남은 경선 지역에서 최대한 많은 일정을 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용진 의원과 김두관 의원은 지역 유세와 지역 공약 발표 등으로 주말 경선 지역 챙기기에 나섰다.
 
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앞선 경선 결과나 다른 후보들의 움직임에 맞춰 "전략을 수정하거나 할 이유가 없다"며 "일관되게 국가균형발전, 지방분권 정책을 통해 대한민국이 새롭게 가야 한다는 비전을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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