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은 '철밥통'…만년적자라도 내 월급은 챙긴다

연합뉴스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만년 적자를 내면서도 임직원 급여를 큰 폭으로 올리거나 코로나로 회사 수익은 급속히 줄어드는데 아랑곳 하지 않고 급여인상에 나서는가 하면, 정부 예산 배정이 늘어나자 급여를 과도하게 올리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덕적 해이가 제일 심각한 경우는 회사야 수익을 내든 말든 급여인상에 나선 경우로 특히 산업부 산하에 이런 기관이 다수 포진해 있어 부실관리 지적이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권명호 의원(국민의 힘 소속)에게 제출한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매출액·영업실적·부채·인건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60개 산하기관 가운데 13개 기관에서 영업실적과 동떨어진 급여인상을 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만년적자라도 급여는 챙긴다'…석탄공 유공

유형별로는 만년적자를 이어가면서도 임직원의 급여를 지속적으로 올린 경우(석유공사, 석탄공사, 광물자원공사, 광해관리공단, 에너지공단, 에너지기술평가원), 코로나로 영업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급여를 올린 경우(서부발전, 동서발전, 남부발전, 남동발전, 한전KPS), 적자누적과 늘어난 예산액에 기대 급여를 올린 경우(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략물자관리단)로 나뉜다.

먼저 만년적자형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 석유공사 등 화석연료 관련 공기업들이다. 이미 글로벌 탄소중립이 대세가 된 상황이라 실적이 좋아질 확률이 낮은 기업들이다. 석탄공사는 2016년~2020년까지 단 한번도 영업익과 순이익에서 적자를 내지 않은 적이 없다. 같은 기간 부채는 1조 7천억 원에서 2조 1천억 원으로 23.5% 늘어났다.

그러나 임원들의 평균급여는 1억 600만 원, 1억 1200만 원, 1억 1900만 원, 1억 3300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2020년 11.8% 오른 이유는 경영평가에서 C등급을 얻었기 때문인데, 급여를 올리는데 만년적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광물자원공사 역시 2016년 이래 단 한번도 흑자경영을 이룬 적이 없다. 특히 2020년에는 암바토비 니켈광사업의 생산계획변경으로 9238억 원(지분법 손실)의 손실을 봤지만 임원들 급여는 찔끔 내렸다. 직전해(2019년) 임원 평균 연봉이 1억 4270만 원으로 33% 급등했지만, 암바토비 손실을 입은 해에는 고작 5% 깎았다.

석유공사도 같은 기간 순이익 기준 내리 5년동안 적자행진 중이다. 적자규모도 2016년 1조 1천억 원, 2019년 1540억 원, 2020년 2조 4천억 원 등으로 어마어마하다. 코로나 여파로 최근 유가의 급등락이 잦은 등 경영환경이 좋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2018년 1억 1300만 원이던 임원급여가 이듬해 1억 5300만 원으로(+35.4%) 인상됐다. 이해 석유공사는 급여상승이유로 경영평가를 들었지만, 적자행진 속 임원급여 인상은 민간기업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에너지공단과 광해관리공단, 에너지기술평가원 역시 5년 연속 영업익 기준 적자행진을 이어간 경우인데, 에너지공단과 광해공단의 경우는 고율 연봉인상을 설명해줄 경영평가 실적조차 없었다.

영업실적 부진해도 꼬박꼬박 급여올린다 

발전회사들은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로 기업체 조업이 줄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여파로 발전매출이 대체로 감소했다. 남동발전은 2016년 8340억 원이던 영업익이 2018년 1567억, 2019년 1249억 원, 2020년 -780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그러나, 임원급여는 1억 8천만 원, 1억 9천만 원, 2억 1천만 원으로 한해도 빠짐없이 오르고 있다.

남부, 동서, 서부발전 모두 2020년 영업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고, 동서발전(-850억 원)과 서부발전(-590억 원)은 2020년 적자전환한 경우다. 물론 단기순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이 기간 오히려 급여인상폭이 더 가팔랐다. 서부발전의 임원급여는 2019년 1억 6900만 원에서 2020년 1억 9300만 원으로 늘어났고 동서발전도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석탄화력발전소. 연합뉴스
글로벌 탄소중립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상황이라 전력회사들은 향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해야할 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내핍경영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적자가 나든 영업익이 줄든 급여만 올리고 보는 행태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산기평)은 급여가 많이 올랐는데 그 내막을 들여다 보니 소부장 예산이 많이 배정된 경우란 사실이 산업부 자료에서 확인됐고 전략물자관리원은 임원들의 급여인상률이 가장 높은 경우에 속한다.

'산기평은 지난해와 올해 소재부품장비 예산 증대에 따라 매출액이 증가했다'고 산업부는 자료에서 밝혔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동안 영업익 적자를 내왔지만 예산이 투입되고부터 호전되기 시작해 지난해 -6.4억 원에서 2020년 87억 원 흑자로 전환했다. 이때는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대란을 맞아 기술개발을 위해 정부예산을 퍼붓던 시기와 마주친다. 이 기간 임원 급여도 덩달아 올랐다. 1억 5천~1억 6600만 원 수준이던 급여가 1억 8천만 원으로 인상됐다.

공기업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기업에서 언감생심 엄두도 못낼 일들이 공기업에서는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권명호 의원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결국 국민혈세 투입을 초래하는데, 공공기관들이 재무 상황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도 임원 연봉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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