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의 임기말 경고장…공직사회 정치관여·기강해이 다잡기

문재인 대통령과 박진규 산업부 차관. 청와대·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직원들에게 공약 느낌의 어젠다를 내라고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질책한 것은 대선 정국에서 정치 중립을 강조하고, 공직기강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8일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보도 내용과 관련해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하게 질책했다"며 "문 대통령은 '차후 유사한 일이 재발하면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다른 부처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이날 조선일보는 박 차관이 최근 산업부 직원에게 "정치인 입장에서 '할 만하네'라고 받아줄 만한 게 잘 안 보인다"며 "대선 캠프가 완성된 후 우리 의견을 내면 늦는다. 공약으로서 괜찮은 느낌이 드는 어젠다를 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정권 교체기에 부처 이익을 대변하려는 시도이며 차기 정권에 '줄 대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해당 뉴스를 접한 뒤 곧바로 이같은 경고성 질책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치의 계절에 엄정 중립을 일찍부터 강조해오던 차에 정부 부처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접하고 직접 경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참모들 뿐 아니라 정부부처 공무원들도 대선 국면에서 오해받을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보고, 본보기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강한 질책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의 발언을 한 박 차관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오래 일을 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오해가 생길까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고시 34회 출신인 박 차관은 청와대 통상비서관과 신남방·신북방 비서관을 지내다가 지난해 11월 산업부 1차관에 임명됐다.

이와 함께 본격적인 대선판이 시작되면서 임기말 공직기강이 흐트러질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기강 다잡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불거진 법무부 차관의 과잉의전 논란 때에도 "경위야 이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시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임기말 국정과제를 점검하고 완수해야 할 시기에, 공직 사회가 현실 정치에 지나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곧 기강 해이를 불러올 수 있기에 사전 경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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