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은 우리나라가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해로 기록됐다. 1달이 넘을 정도로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로 곳곳에서 강둑이 터지고 수해가 발생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냈다. 중앙재난대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에서 발생한 하천 붕괴나 유실사고는 총 2690건으로 예년 제방유실.붕괴사고 1천여건의 2.6배에 이른다. 지난해 전국 평균강수량은 2000mm로 평균강수량 1300mm를 크게 웃돌았다. 이 통계는 한국의 하천둑이 얼마나 수해에 취약한 지 보여준다.
한해 제방 유실붕괴만 2690건
건설연구원의 공법은 점성물질인 바이오폴리머로 둑의 겉면을 마감처리하는 방식이다. 보통의 제방은 흙 위에다 콘크리트를 뿌리거나 콘크리트 구조물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방을 쌓지만, 바이오폴리머 제방은 흙 제방 표면에 섬유네트(망)를 설치하고 그 위로 바이오폴리머 혼합토를 3cm정도 덮어 제방을 완성시킨다. 바이오폴리머 혼합토는 바이오폴리머, 점토, 모래, 물, 씨앗, 기타 보조재료 등을 일정 비율로 혼합해 만든다. 바이오폴리머는 미생물의 생체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연적인 부산물로 끈적한 성질이 있는 100% 순수 생체고분자다. 미생물 배양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바이오폴리머 제방시공 대안소재 부상
연구를 이끈 이두한 박사는 7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바이오폴리머 제방 공법은 기존 공법 대비 홍수 대응 성능이 60% 이상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친환경 공법은 최대 3m/s의 유속을 견딜 수 있지만, 바이오폴리머 공법은 5m/s의 유속에서도 침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초속 5미터의 유속은 콘크리트 제방의 토사가 유실되기 시작하는 속도다.
제방의 강도는 더 강해지지만 들어가는 설치비용은 콘크리트 제방과 비교해 1/10수준에 불과하다. 이 박사는 "콘크리트시공은 ㎡당 3만원이 들지만 바이오폴리머는 1/10 수준으로 시공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바이오폴리머가 제방 시공재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바이오폴리머는 물과 흙이 섞일때 끈끈해지는 성질에서 강도가 나오고 시공 때도 바이오폴리머 혼합토를 분사하는 방식이라고 별도의 사전공사가 필요없다.
바이오폴리머를 제방에 시공할 경우 내구성이 2년 정도되는데 이 기간 이후에는 제방에서 자라난 식물이 제방의 강도를 유지시켜준다.
시공비 싸고 강도는 우수
건설연구원은 2019년 임진강과 충북 음성천에 제방을 첫 설치했고, 이듬해인 2020년 8월 임진강에서 200년에 1회 발생할 확률의 홍수가 왔을 때(유속 4m/s 추정) 제방유실이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자연적인 제방의 형태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미 적용 구간에서는 침식이 컸다는 것이 연구원 보고다.
낙동강 수계의 하천 1곳에서 바이오폴리머 공법으로 하천을 쌓겠다는 제안이 들어와 있고, 전북 새만금 방조제의 경우 제방 보강용으로 바이오폴리머 공법을 적용할 것을 건설연구원이 제안한 상태다. 건설연구원은 앞으로 △바이오폴리머를 정기적으로 재분사해 강도를 유지하는 방안과 △제방내부를 바이오폴리머로 보강하는 2가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