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야간근무 개선 대책 도입을 검토하다가 막바지에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자 택배 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와 쿠팡에서 야간 근무 후 숨진 20대 청년의 유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7일 과로사대책위와 고 장덕준씨 부모님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대책위와 유족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와 장덕준씨 유족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주선으로 처음 쿠팡과 함께 과로사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덕준씨의 죽음이 산업재해로 인정되면서 그동안 유족 만남을 꺼려 온 쿠팡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이후 5개월간의 논의 끝에 지난 7월 합의문 안이 작성됐다.
합의문에는 쿠팡이 연장근로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야간근로자들을 상대로 한 체계적 건강관리, 물류센터 내 냉난방기 확충의 중요성을 담은 내용도 포함됐다.
쿠팡은 내부 회의를 통해 빠르게 검토한 뒤 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후 연락이 두절됐고 최근까지, 약 한 달 이상 의견을 전하지 않았다.
박석운 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는 "쿠팡의 요청으로 세 번쯤 수정을 거치느라 합의문이 굉장히 미흡해졌음에도, 유족을 생각해 한 단계라도 나아가기 위해 모두 양보했다. 하지만 쿠팡은 마지막 순간에 (합의를) 그냥 뒤집어버렸다"고 지적했다.
덕준씨 어머니는 "다음달이면 아들이 사망한 지 1년이다. 쿠팡은 여전히 노동자들의 안전에 눈을 감고 있고 언제든 우리 아들과 같은 사망자가 또 나올 수도 있는 환경"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12일, 장덕준씨는 쿠팡 야간근무 직후 숨졌고 이후 고된 업무에 의한 돌연사로 판정돼 산업재해로 인정 받았다.
그러나 사망 1년 이후가 다 되어가는 지금도 유족들은 사과나 재발방지 약속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유족은 정부가 법과 제도를 직접 정비해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