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진운동이 처절하게 실패하자 마오쩌뚱이 꺼내든 카드는 문화혁명이었다.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라고 할 수 있는 대약진운동은 수천만 명이 굶어 죽는 대참사를 빚었고, 마오쩌뚱의 권력기반을 통째로 흔들었다.
위기극복을 위해 마오쩌뚱은 권력분산에 나섰지만, 권력을 나눠 가진 유소치의 개혁이 성공을 거두며 인민들의 지지를 받기 시작하자 친위쿠데타를 도모했다. 바로 문화혁명이다. 마오쩌둥 세력은 유소치의 개혁 작업을 수정자본주의라며 비난하며 문화혁명을 일으켰고, 중국 전역이 광풍에 휩싸였다.
1966년부터 시작된 문화혁명은 약 300만명의 당원이 숙청되고 수십만 명에 이르는 지식인들이 공개비판을 받고 숨지는 등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문화혁명 기간 동안 가장 선봉에 섰던 세력이 바로 홍위병이다. 고등학생과 대학생등 젊은 층으로 이뤄진 홍위병들은 수많은 지식인과 당원들을 핍박하며 마오쩌뚱의 전위대 역할을 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른 바 '홍색정풍운동'이 일고 있다. 과거 지식인들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 이뤄졌던 문화혁명이 연상된다. 홍색정풍운동의 대상이 된 연예인들은 표면적으로는 탈세혐의가 있는 배우 정솽,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등 문제 연예인이다.
하지만 정풍운동 대상에는 세계적인 스타로 자리잡은 이연걸을 비롯해 '뮬란'의 유역비, 대만출신의 왕리홍, 판웨이보등 외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들도 대거 포함됐다. 단순히 문제연예인들을 연예계에서 축출하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중국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은 지난 2일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통지'를 발표했다. '사회적인 물의'라는 포괄적인 어휘는 누구도 정풍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자 공산당의 정책을 거스르는 비판이나 풍자등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엄중한 경고로 읽힌다.
그리고 정풍운동은 중국 공산당의 문화산업 지배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엄청난 수익을 올리는 연예인들에 대해 가혹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 '문화권력'으로 자리 잡아 대중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정풍운동 대상에 한국 연예인들도 상당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최대 SNS 서비스 업체인 웨이보는 한국 연예인 팬클럽 계정 21개에 대한 정지조치를 취했다.
정지되는 계정에는 BTS를 비롯해 아이유, NCT등 한국의 유명 연예인이 망라돼 있다. 특히 BTS는 지난해에도 중국에서 탄압을 받은 경험이 있다. 한국전쟁 70주년과 관련한 발언을 놓고 중국 누리꾼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면서, BTS는 예정됐던 프로젝트가 취소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중국 팬들의 BTS에 대한 공격은 문화혁명 시절의 '홍위병'을 연상시킨다.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보이지 않은 손'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조직적이고 과격한 반응을 보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웨이보의 팬클럽 계정 금지조치 역시 최근의 중국의 문화정책방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이런 탄압대상이 유독 한국의 연예인들 이라는 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중국공산당 창당 백주년을 맞는 올해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의 실현을 천명했다. 위대한 중국이 오직 중국 공산당의 뜻대로만 이뤄지는 세상이라면 과연 그것을 위대한 중국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문화대국을 꿈꾸는 중국의 모습이 이렇듯 편협한 방향으로 흐른다면 과거 문화혁명의 결과가 어땠는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