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하는 '尹검찰 청부 고발 의혹'…공수처 움직일까

사세행 '尹 참모 野에 청부 고발 의혹' 공수처에 고발
공수처 직접 수사 착수부터 시기, 진행 방식도 관심사
檢 자체 진상 조사 후 본격 수사 절차 나설 가능성도
커지는 의혹에 손준성 "사실 아냐" 김웅 "기억 안 나"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창원 기자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참모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범(凡)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한 진실공방이 정치권을 넘어 법조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검찰청과 법무부의 사안파악·검토가 병행되고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6일 고발장 접수를 계기로 사실관계 확인 작업에 뛰어들게 되면서 해당 의혹은 법조계의 '핵'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특히 검사 비위 의혹을 다루는 공수처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검찰 차원의 자체 진상조사가 일단 진행되고 있다는 점, 자체 기초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사가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예고한 대로 이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을 공수처에 제출했다.
 
이들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 2일부터 보도한 '청부 고발' 의혹을 언급하며 "윤석열 검찰의 민낯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사적 보복을 위한 국가 공권력 사유화 의혹 사건으로 자신이 수사한 '국정농단 사건'에 비견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박종민 기자
고발장이 접수됨에 따라 공수처는 일단 이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 작업부터 시작하게 된다. 공수처는 고발로 자동 '입건'이 되는 검찰이나 경찰과 달리 고발 내용에 대한 기초 조사를 거쳐 수사할 사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이 절차만 해도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앞서 윤 전 총장의 경우에도 사세행이 '한명숙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으로 고발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후에야 입건된 바 있다.
 
대검과 법무부의 사안 파악 작업이 우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공수처에 고려 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도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이 한명숙 모해위증 수사 방해 의혹 등으로 고발된 뒤, 법무부와 검찰의 관련 내용 합동 감찰 결과가 발표된 직후인 7월 말에서야 압수수색 등 수사를 본격화 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동일 의혹을 둘러싸고 법무부와 검찰의 사안 파악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공수처의 수사가 당장 본격화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통상의 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고발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의혹 규명을 위해 검증 수단에 한계가 있는 진상조사나 감찰이 아닌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점은 변수다. 대선 국면에서 이번 의혹의 진위를 놓고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고, 검찰의 신속한 진상조사 기류 속에서도 여권을 중심으로 공수처에 대한 수사 촉구 요구가 거세다는 점에서 공수처가 이에 반응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뉴스버스가 지난 2일부터 보도한 해당 의혹은 총선이 임박한 지난해 4월초 당시 '윤석열 대검'에서 핵심참모직인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재직하던 손준성 검사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現 국민의힘 국회의원)에게 유시민, 최강욱, 황희석 등 범여권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을 피고발인 삼은 고발장 및 관련 자료들을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 윤창원 기자
고발장 등을 건넨 당사자로 지목된 손 검사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이 김 의원에게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건넸다고 후속 보도를 이어간 뉴스버스 등을 언급하며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하였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첫 공식입장을 내놨다.

반면 손 검사에게 고발장을 받은 의혹을 받는 김 의원은 전반적으로 당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 2일 첫 보도 후 이같은 입장을 밝힌 뒤 한동안 침묵을 이어오던 김 의원은 이날 "본건 고발장 등을 실제로 전달받았는지, 누구에게 전달받았는지, 전달받았다면 이를 당에 전달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없고, 만약 전달받았다고 가정하더라도 보도 내용에 따르면 총선이 임박한 상황인데 이를 신경 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며 "검찰 측에서 작성된 문건이라면 검찰에서 밝힐 일이고, 본 건 자료가 진실한지 여부와 제보 목적은 제보자 측에서 밝힐 문제"라고 의혹 규명의 책임을 검찰과 제보자에게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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