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전 원장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 논란을 무릅쓰고 원장직을 사퇴한 지 17일 만에 국민의 힘에 발 빠르게 입당했다. 입당 컨벤션 효과에 힘입어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때 10% 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이후 지지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5일 발표된 알앤서치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똑같이 4.1%의 지지율이 나왔다. 두 달째 5% 안팎의 지지율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최종 경선에 진출할 수 있는 4위 자리도 위험하다.
반문재인을 내세우며 대선판에 뛰어들었을 뿐 자신만의 정치적 철학과 비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반문재인은 윤석열에 밀리고 보수의 정통성에서는 홍준표에 가리고 개혁보수의 이미지는 유승민, 원희룡이 선점했다.
특히, 지난달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각종 현안에 대해) 아직 준비가 안됐다"고 한 발언은 확장성에 발목을 잡았다. 스스로 준비 안된 후보임을 자인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후에 잘 채워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정통 보수인지 개혁보수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앞으로 방송 토론회 등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언론 인터뷰나 현장 행보를 보면 이 부분도 강점으로 보이지 않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경청하고 겸손하며 젠틀한 후보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선거는 인품 경쟁이나 선비정신을 테스트하는 자리가 아니다.
최 전 원장이 '왜 대선에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단순히 개인의 정치적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는 것이다.
배신의 이미지를 자기 정치로 승화시키지 못할 경우 현직 감사원장이 정치적 야심을 위해 헌법적 가치를 파괴한 사례로 남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낮은 지지율 끝에 결국 경선 초반에 사라진다면, 원전감사는 정치적 감사였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이제라도 자신이 왜 대선에 나왔는지 국민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반문만으로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윤석열의 확실한 대체자로 대선에서 승리할 국가 지도자임을 확신시켜줘야 한다.
윤석열의 대체재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태극기 세력과 손을 잡는 극우 보수의 길을 갈 수는 없다. 대선 이후까지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면 보수의 승리를 위한 결단도 생각할 때다.
대선은 정치 초년생이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지지자들에게 승리를 경험할 수 있도록 증명하는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