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베이징 다싱공항으로 들어온 한국인 100여 명도 도착하자 마자 버스에 태워져 격리호텔로 이동했다.
이들은 오는 25일까지 꼬박 3주를 호텔방 안에서만 지내야 한다. 외부 면회는 물론 문을 열고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것조차 안 된다. 다가오는 추석 연휴도 다르지 않다. 폐쇄된 공간에서 보내야 한다.
통제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중국 땅을 밟는 것 조차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세평 남짓한 호텔로 옮겨져 감금이나 다름없는 격리 생활을 3주간 한다는 것은 여간 고단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이징 한인회가 베이징 공항을 통해 입국해 격리 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국민들을 꾸준하게 지원하면서 격리자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고 교민사회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교민들을 태운 비행기가 베이징 인근 후베이성 스좌장 공항에 도착하자 주중 한국대사관 베이징 영사부는 이들에게 격리 물품을 지원했고 이 때 베이징 한인회가 부족한 일손을 보탠 게 계기가 돼 11월 20일 베이징 직항 항공편이 재개되면서 봉사 활동이 본격화 됐다.
지난 5월부터는 회장단의 사비와 현지 진출 대기업, 중소 상공인들의 도움으로 격리물품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지원 물품은 라면, 김치, 커피, 김 등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익숙한 우리 음식과 기호식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물품은 격리호텔과 협의를 거쳐 격리 1주차에 전달된다.
몇 달 전부터는 세종농묘에서 무 씨앗을 협찬해 격리된 이들이 새싹을 키우며 생명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고 좁은 공간에서 오는 무료함도 달래주고 있다. 다 자란 새싹은 한 끼 비빔밥으로도 제격이다.
베이징 한인회의 이런 격리 지원 횟수와 대상자가 지난 8월말 현재 어느덧 49개 호텔에 50여 회 2천 명을 넘어섰다.
이번 방학때는 베이징 입국자들이 한때 200명까지 늘어나면서 북경한국국제학교와 현지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들이 자원 봉사자로 나서 물품 분류, 포장, 배달에 손길을 보태면서 봉상의 경험도 쌓았다.
베이징 한인회 임성원 사무국장은 "한인회에서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물품 그 이상이다"라며 "격리를 끝낸 분들이 단체 소통방에 고맙다는 말을 남기기도 하고 격리물품 사는데 쓰라며 조용히 후원금을 전달하고 한인회 회원으로도 가입하신다"고 말했다.
임성원 국장은 격리 호텔 측에서 격리자들의 여권을 실수로 소각했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한 것도 단체방을 통해서였고 격리자 가운데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의료 봉사자들이 신속하게 나서 조치를 취한 수 있었던 것도 단체방 덕분이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