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포털 편집권 규제법 '제 2의 언중법 사태' 우려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1인 시위.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한 달 미루는 대신, 1인 미디어 피해구제법과 포털 편집 제한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제 2의 언론중재법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가 지난달 31일 언론중재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뒤 민주당은 '언론법 패키지'처리를 공언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법) △1인 미디어의 가짜뉴스 피해구제 및 예방법(정보통신망법) △포털 편집권 규제법(신문법) △미디어바우처법(국민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 운영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 미디어법, 포털 편집권 규제법 또 다른 화약고 될 수도


하지만 '패키지 법안' 중 1인 미디어법과 포털 편집권 관련 법들이 가짜뉴스 방지와 포털 편집권 투명화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론중재법이 피해 구제라는 목적에도, 언론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 것과 판박이다.

민주당에서 현재 나온 법안 중 윤영찬 의원이 지난 7월 낸 1인 미디어 피해구제법(정보통신망법)이 대표적이다. 윤 의원의 법안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거짓 사실을 밝히거나, 불법 정보를 생산·유통해 타인에게 명예 훼손 등 손해를 입힐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손해 배상은 피해액의 3배까지로 결정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해당 법안에 대해 "피해구제를 현실화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인 '불법 정보 생산·유통'의 개념이 불명확해 적용대상 여부가 자의적이거나 모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가짜뉴스라는 아직 불명확한 개념을 '불법 정보 생산 유통' 등으로 섣불리 표현한 것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또 언론사를 넘어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민을 대상으로하는 법인 만큼 모호한 규정은 자기 검열이나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더해 이미 정보통신망법에 명예훼손죄가 명시돼 있음에도 추가적인 처벌 규정을 두는 것 또한 과도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 윤창원 기자

언론개혁시민연대 김동찬 사무처장은 "정보통신망법상 가중처벌 조항에 형량도 적지 않고, 임시조치 제도로 게시물에 대한 차단도 가능하다"며 "현행법상 처벌제도가 부족하지 않음에도, 성급하게 추가 규제를 추진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포털 편집권을 일부 제한하는 법(신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현재 포털의 기사 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도록하거나(김남국 의원안), 기사 추천·편집 행위를 아예 제한하는 내용(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안)이 제출돼 있다.

해당 법 또한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기업이 이미 편집권을 언론사에게 일부 넘기는 등 자정작용을 해나가는 상황에서 법으로 규제부터 하고 나설 만큼 시급한 지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 셈이다. 참여연대 이지은 공익법센터 간사는 "포털의 책임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이것을 과연 법으로 강제해야하는지는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민주당의 언론 관련 법들이 각자 개별적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만큼 섣불리 패키지로 묶어서 추진할 게 아니라 공적 필요성이 무르익은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머지 법들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 우려가 있는 만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정기적으로 거쳐가야한다는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 사무처장은 "자꾸 시한을 정해서 무조건 통과한다고 하니 일단 반대만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지배구조 개선법을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공론화를 거치며 천천히 해야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이번엔 이뤄질까?

KBS 제공

공영방송지배구조법의 핵심은 KBS, EBS, MBC 등 국가기간방송의 사장을 뽑는 구조를 바꿔, 공영방송이 정치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제도는 공영방송 사장이 정부 여당에게 유리한 인물이 임명되기 쉬운 규정과 관행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KBS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해 11명으로 이뤄진다. 관행상 여권이 7명, 야권이 4명을 추천해 구성한다. MBC도 이사장을 포함한 9명 중 여권이 6명, 야권이 3명을 추천해왔다. 여권이 모두 과반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KBS, MBC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자문단 등을 거치고 공개 모집을 하는 등 투명성을 제고했지만, 근본적인 제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로부터 발생하는 이른바 '정치적 후견주의'를 근본적으로 막을 대책에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처럼 KBS, MBC 등에서 대규모 파업이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여전하다. 최근에는 KBS 이사회 구성을 놓고도 편향된 이사 추천 논란으로  KBS 노동조합 등이 반발하고 있다.

여야는 지난 5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하려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여당에서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으로 크게 공영방송 이사,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민추천위원회와 사장 국민 투표 등을 도입하는 방안(정필모 의원안)과 이사 추천 과정에서 정치권에 더해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투명성을 강화하는 안(정청래 의원안)이 나와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인사를 하고 있다. 이 회동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문제와 관련된 합의를 했다. 윤창원 기자


여당은 야당과의 논의를 통해 어떤 방안이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뚜렷한 안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야당과의 논의 과정에서 어떤 안이든 합의해 나갈 것이고, 일단 10월 중으로 KBS 사장 선임 전까지 논의를 해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10월 초 민주당 대선 경선이 끝나고 당이 대선 체제로 접어드는 만큼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제외한 이른바 '패키지법'들에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법 역시 뚜렷한 처리 시한이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언론중재법과 함께 9월 27일에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언론계 숙원인 공영방송지배구조법을 내세운 것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관심을 분산하기 위한 전략일 뿐, 실제 추진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한 정책통으로 꼽히는 여당 관계자는 "실질적인 기간인 한 달 안에 공영방송지배구조개선법을 통과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회적 논의가 많았지만, 한 달 안에 이견을 조율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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