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드라마도, 예능도 송지효는 어느 하나 소홀한 적 없었다. 다만 '런닝맨'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예능인' 송지효가 더욱 부각돼 왔을 뿐이다. 국내 여자 배우 중 장수 예능프로그램에 무려 10년을 '출근도장' 찍은 인물이 있을까.
예능인들에게도 이렇게 긴 시간 대중의 반응을 얻거나 인기를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 '꾸준함'만으로도 송지효의 '비범함'은 증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배우' 송지효의 필모그래피는 다소 무난하거나 안전했다. '무모한 도전' 보다는 '잘할 수 있다는 확신' 그 자체였다.
그런 점에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마녀식당으로 오세요'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겉차속따'(겉은 차갑고 속은 따뜻한) 마녀 조희라는 판타지 OTT 8부작 포맷에서 송지효의 파격적 변신을 이끌어냈다. 그간 조용히 쌓아 온 탄탄한 내공과 풍부한 상상력이 만나 제대로 '시너지'를 터뜨렸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40대 송지효에게는 아직 더 보여줄 것이 한참 남았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해 화상 인터뷰로 진행된 송지효와의 일문일답.
A 친근한 이미지와 다르게 냉정하고 단호한 일면이 있다. 그 동안 많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내 안에 있는 모습 중 하나를 꺼내서 연기하니까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 사실 마녀가 굉장히 서양적인 캐릭터이기도 하고, 연기하다 보니 틀 안에 내가 너무 갇혀있었다. 고민하고 헤맬 때 감독님이 '인간세계에 살고 있으니까 마녀와 인간의 중간을 오가면 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 그 말이 날 깨부쉈다. 겉은 차가워도 손님들 이야기를 들으며 '소울 푸드'를 만들어주는, 따뜻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다.
Q '마녀식당'을 찾아 빌고 싶은 소원이 있다면
A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걷고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끝나면 스태프들과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그립다. 촬영할 때 마스크를 쓴 스태프들의 얼굴만이 기억에 남는 것도 속상하다. 인터뷰도 이렇게 화상이 아니라 대면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주변에 힘든 분들도 많다. 예전의 일상이 다시 평범해지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Q 배우 남지현과 채종협, 두 후배들과 함께 작업한 소감은
A 현장에서 젊은 에너지가 느껴져 너무 좋았다. 항상 웃는 얼굴인 게 정말 대단하더라. 남지현은 자신이 맡은 극 중 캐릭터 진이와 긍정적이고 야무진 모습이 닮았다. 연기를 잘하는데 똑똑하고 주변 사람들까지 잘 챙긴다. 채종협 배우는 '웃는 상'이라 에너지가 정말 좋았다.
A (유)재석 오빠는 예고편 본 다음에 '너 무섭더라'고 했다. (웃음)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아직 들은 게없다. (김)종국 오빠가 최근에 '티빙'을 가입했는데 축구 보려고 했다기에 ('마녀식당'을) 꼭 좀 봐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는 봐 줄 것 같다. '런닝맨'은 10년 넘게 해와서 이제 익숙한 삶의 일부다.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배운 지점이 있을까
A 하고 싶은 것과 하는 것의 차이를 느꼈다. 원래 융통성이 좀 부족해서 하나만 생각하고 나머지를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다르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었다. CG가 많이 들어가는 판타지 장르 자체가 처음이었다. 체감할 수 없는 부분을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 상상을 많이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더 표현을 해도 되겠더라. 연기가 모자란 부분이 보이는 동시에 상상력이 좀 더 풍부해졌다. 해보지 못했던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해 잘 끝냈다는 성취감이 크다. 나에 대해 무언가를 깨달았기에 다음에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Q 최근 생일에 전세계 팬들의 축하가 엄청나더라. 소감 한 마디 부탁한다
A 매년 그렇게 축하를 해주신다. 드린 게 없는데 늘 받기만 해서 감사하고 또 죄송하다. 뭘 해드릴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한다. 팬분들은 내가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좀 더 정직하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든든한 지원군이자 날 똑바로 정신 차리게 하는 존재다.
A 요즘 관리를 못해서 살이 살짝 쪘는데 쉬는 게 체력 관리다. 이번 작품에서 외적인 부분에 날 많이 끼워 넣었던 시간이라 스스로 휴식을 주고 싶었다. 집 청소도 하다 보면 늘어서 이제는 '정리의 왕'이다. 어떻게 해야 쌓여가는 짐을 잘 정리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니 청소가 취미이자 특기가 됐다. 요리는 진짜 못하는데 보조 역할은 괜찮다.
Q 주로 집에서만 지내나 보다. 집순이의 하루 일과는
A 고생한 스태프들과 술 한 잔 못하니 아쉽다. 요즘은 그냥 소소하게 스케줄 사이 만나면 인사만 한다. 쉬는 동안에는 가족끼리 국내 여행도 좋을 것 같고,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가질 것 같다. 집에서 할 일이 진짜 많다. 작품 하나 끝나면 짐 정리도 해야 하고, 거실과 주방 청소를 하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간다. 반려동물과 매일 산책도 해야 한다.
Q 올해로 데뷔 20주년이다. 어느덧 40대가 됐는데 앞으로의 목표는
A 열심히는 살았는데 아쉬움이 크다. 남지현이나 채종협처럼 젊은 나이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살 수 있을 것 같다. 일하는 게 너무 좋은 '워커홀릭'은 맞다. 새로운 것에 도전해 익숙해지는 게 너무 좋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하다고 생각하면서 꾸준히 변치 않고 가는 게 목표다. 아쉬움이 큰 건 앞으로 시간이 많이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