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금품 공여자인 김씨와 수수자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 이방현 부부장검사, 배모 총경, 조선일보 이동훈 전 논설위원, 중앙일보 이가영 논설위원, TV조선 엄성섭 전 앵커와 정모 기자 등 8명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경찰은 김씨로부터 선물 등 금품을 제공받은 의혹으로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과 김무성 전 의원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아직 이들은 피의자로 입건된 상황은 아니다.
경찰 관계자는 "추석 전에는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8명에 대한 검찰 송치와 함께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의 입건 여부도 결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김씨의 116억원대 사기 사건을 수사하던 중 지난 4월 초 '현직 검사와 경찰, 언론인에 금품을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윤석열 캠프의 대변인을 맡은 지 열흘 만에 사퇴했다. 그는 경찰 조사 후 "여권·정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중고 골프채 아이언 세트만 빌려 사용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외에도 김씨로부터 포르쉐 차량을 무상 제공받은 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검 또한 '렌트비 250만원을 지불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특검은 '공무수탁 사인'에 해당해 청탁금지법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TV조선 정 기자가 김씨로부터 건국대 대학원 등록금을 대납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대학원장은 보직 해임되기도 했다. 대학원장과 김씨, 건국대 김경희 전 이사장 등은 함께 식사 모임을 하는 등 친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검사와 이 전 논설위원, 정 기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경찰은 필요시 다른 피의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또 현재까지 이 검사만 두 차례 불러 조사했고, 나머지 피의자는 한 차례씩 부른 만큼 추가 소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 검사의 휴대전화 포렌식 성사 여부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검사는 김씨로부터 명품 시계, 수차례 고가 수입차 무상 대여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만약 이 검사 휴대전화에서 '대가성'이 드러난다면 뇌물죄로 사건이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주호영 의원은 김씨에게 요구해 한 승려에게 수산물을 선물하라고 한 의혹을 받는다. 김씨가 주 의원 요청으로 선물을 전달했다면 실제론 공직자인 주 의원이 선물을 제공 받은 셈이 된다. 다만 경찰은 '1회 100만원 초과'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가액 산정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에 주 의원 측은 승려에게 김씨를 소개해주지 않았으며, 수산물 선물 역시 자신을 거치지 않고 김씨가 승려에게 바로 준 것이라고 해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김무성 전 의원이 김씨로부터 지난해 4월부터 9개월 가까이 벤츠 차량을 무상 제공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5월까지 현역 의원이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
반면 김 전 의원 측은 차량을 무상으로 받은 게 아니라 투자 금액을 회수하기 위한 담보 성격이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의원의 친형이 김씨에게 86억원을 투자했다가 사기 피해를 당했는데, 투자금 회수가 안 될 경우를 대비해 차를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사적 거래에 따른 채무 이행은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고 털어 놓은 김씨는 구속 송치된 뒤로는 돌연 경찰 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부당하게 수사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경찰은 수감 중인 김씨를 조사석에 앉히기 위해 두 차례 '옥중 체포영장'을 신청·집행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의 강제 조사에도 계속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