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2일 오전 인터넷 언론 '뉴스버스'의 보도였다. 뉴스버스는 지난해 4월 총선 직전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유시민 전 장관과 최강욱 의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써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의원(당시 송파갑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고발장에서 명예훼손 피해자는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씨, 윤 전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 등 3명이었다.
현직 검찰총장이 사적인 형사 사건과 관련해 제1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은 여의도 정가를 흔들었다. 해당 의혹의 당사자가 야권 대선후보 중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대선 경쟁자인 장성민 전 의원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다. 장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이 의혹들에 대해 구체적이고 선명한 해명을 내놓지 못한다면 윤 전 총장은 더는 정치를 해서도 안 된다"고 직격했다. 홍준표 의원도 울산광역시당 기자간담회에서 "수사정보정책관이 검찰총장 직속 보고 기관인데 검찰총장의 양해가 없이 (문건 전달이) 가능했겠냐"며 "윤 전 총장이 활용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전 부회장의 '묵시적 청탁' 이론대로 하면 이건 '묵시적 지시설'이 된다"고 날을 세웠다.
문제는 당내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버스가 출발하기도 전에 1위 주자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서 경선판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선준비위원회 주최 토론회과 녹취록 유출 등을 두고 이준석 대표와 기싸움을 벌였던 윤 전 총장은 최근엔 '역선택 방지 조항' 삽입 여부를 두고 다른 후보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른바 '윤석열 대세론'이 균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형사고발 사주' 의혹이라는 악재가 겹친 셈이다.
윤 전 총장 측이 정홍원 선관위원장과 결탁해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강행하고 있다고 보는 홍 의원과 유 전 의원 측 입장에선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번 의혹은 단순히 윤 전 총장 개인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연루설로 번지면 야권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제1야당 후보로 본선에 진출하더라도 당 연루설 때문에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두주자인 윤 전 총장이 '역선택 룰'에서도 후발 주자들을 배려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하는데 너무 몰아세웠다"며 "다른 경쟁자들 입장에선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고 파고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윤 전 총장에게 반전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사자들이 해당 의혹을 인정하지도 않았고, 아직 결정적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윤 전 총장이 핍박 받는 구도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