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제조 현장 불시점검해보니…10곳 중 6곳이 '안전불감증'


당국이 최근 두 달 동안 건설·제조업을 상대로 끼임·추락사고 위험요소와 보호구 착용 여부를 집중 점검한 결과 10곳 중 6곳에서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 8월 4차례 실시했던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 일제 점검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건설·제조업, 불시 일제점검하니…3곳 중 2곳은 추락·끼임·보호구 조치 위반 지적돼


점검 현황(기타 업종에는 조선업, 철강업, 폐기물 처리업 등 포함). 지적률=(지적 사업장수÷점검 사업장수)×100. 고용노동부 제공

노동부는 지난 7월 셋째 주부터 격주로 '현장점검의 날'을 지정해 건설·제조 사업장을 중심으로 ①추락사고 예방수칙, ②끼임사고 예방수칙, ③개인보호구 착용을 중심으로 전국 일제 점검에 나섰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지난 7월 14일과 28일, 지난달 13일과 25일에 전국 1만 2300여 개 산업현장을 일제 점검했고, 추락과 끼임사고 예방수칙을 지키지 않은 7900여 곳(64.6%)에 시정조치 했다.

우선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현장이 제조업보다 지적을 받은 비율이 전반적으로 더 높았다.

제조업은 추락 및 끼임 위험요소에 관한 지적사항이 하나도 없던 곳이 41.9%(1544개소)에 달했지만, 건설업은 32.5%(2754개소)에 불과했다.

지적 건수를 살펴봐도 건설업에서는 5718개소 현장에서 1만 6987건이 시정조치가 이뤄져 2197개소에서 5694건을 지적받은 제조업의 3배에 가까웠다.

또 작업자가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현장의 비율도 건설업(28.5%, 4834건)이 제조업(10.3%, 568건) 보다 2배 넘게 높았다.

지적사항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추락 위험요인은 안전난간 및 개구부 덮개 미설치(47.1%), 작업발판 설치 불량(16.2%) 순으로, 끼임 위험요인은 덮개·울 등 방호조치 불량(24.6%), 지게차 안전조치 불량(14.9%) 순으로 많이 지적됐다.

노동부는 올 한 해 발생했던 추락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원인도 △안전난간 및 개구부 덮개 미설치(48.2%) △작업발판 설치 불량(27.9%)이 대부분이었고, 끼임 산재 사망사고 역시 △덮개·울 등 방호조치 불량(31.2%) △지게차 안전조치 불량(29.4%)의 비중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산업현장에서 3대 안전조치 준수 사항만 잘 지켜도 산재 사망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다만 달비계(외벽작업을 위해 안전로프 등으로 연결한  안전조치 불량(추락), 정비 시 조치절차 미수립(끼임)의 경우 사망사고 원인으로는 각각 8.9%, 25.8%의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현장점검에서 지적된 사례는 0.5%, 7.9%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해당 달비계·정비작업이 있는 경우에만 점검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미리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산재사망사고 급증한 폐기물 처리업·지붕개량공사·벌목 작업도 집중 점검 돌입


고용노동부 제공

앞으로 노동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두 달 동안 폐기물 처리업, 지붕개량공사 현장, 벌목작업 현장 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위험사업장 집중 단속기간'과 함께 '현장점검의 날'과 '패트롤 점검'을 계속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폐기물 처리업 등 3개 산업 현장은 노동부가 8월 20일을 기준으로 최근 1년 동안 산재 사망사고 추이를 조사한 결과 사망노동자가 급증한 대표적 업종으로 지목돼 '현장점검의 날'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폐기물 처리업은 지난달 20일로부터 최근 1년 동안 산재 사망사고로 17명이 숨졌는데, 전년 동기간에 8명이 숨졌던 것에 비하면 2배 넘게 사망자가 급증한 결과다.

이 때문에 노동부가 지난달 13일 폐기물 처리업 116개소를 시범 점검한 결과 위반사항이 지적된 사례가 69.0%로 건설업(67.5%)과 제조업(58.1%)보다 더 많았고, 추락과 끼임 사고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도 많아 점검 대상에 포함됐다.

또 태양광 패널 설치·석면 슬레이트 철거 등이 주로 이뤄지는 지붕개량공사의 경우에도 올해 30명, 지난해 29명이 추락하는 등 해마다 추락 산재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벌목작업도 2019년 8월 20일부터 1년 동안에는 4명이 숨졌는데, 지난해 8월 20일부터 1년 동안에는 11명이 일하다 목숨을 잃었다.

벌목 작업은 대피공간을 마련하지 않거나, 숙련된 현장 작업지휘자 없이 벌목해 수구각(벌목각도)을 잘못 잡아 넘어지는 나무에 노동자가 깔리는가 하면, 자른 나무를 옮기는 지게차로 인한 사고도 잦다.

특히 노동부는 최근 6년간 사망사고를 살펴보면 벌목 일감이 몰리는 겨울철인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의 기간에 사망사고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사전 예방을 위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동부 권기섭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해마다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는 지붕개량공사와 벌목작업은 짧은 기간의 작업이 많아 적시 점검과 감독이 쉽지 않다"며 "허가를 담당하는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절실한 상황으로, 자치단체와 함께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등 공동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관해 "집중 단속기간이 마무리되는 10월 하순부터는 안전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장의 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위해 산업안전보건감독관으로 구성된 현장지원단을 특별히 구성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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