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소속 근로자 3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철도공사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선고된 벌금형은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의 최고형량으로 사업주에 형사책임을 엄중히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로 분석된다.
사건의 전말은…
1일 창원지법 등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10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오전 10시 14분, 경남 밀양시 밀양역 부근에서 한국철도공사 직원들이 선로 보수 작업 중이었다. 현장 작업반으로 열차감시원 1명과 무전기 소지자 1명, 나머지 작업원 3명이 배치됐는데, 열차가 오는 소리를 못듣고 그대로 치어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사망으로 40대 1명, 중상으로 30대 2명이었다.
당시 열차감시원이 무전기 소지자에게 '열차가 온다'고 수신했지만, 소지자는 무전 통보를 듣지 못해 나머지 작업자들을 대피시키지 못했다. 현장 작업 당시 100데시벨을 초과하는 소음이 났는데, 무전기는 최대 음량이 85데시벨에 불과했다. 이같은 무전기도 1대가 전부였다.
작업 현장 환경도 열차가 진입해 오는 방향이 나무로 가려져 있어 시야 확보가 용이하지 않았는데도 별다른 안전조치가 사전에 없었다. 작업계획서상 열차감시원 한 명이 추가적으로 더 필요했는데도 감시원 1명 그대로 작업을 진행한 점도 문제였다. 1명이 출장을 나가 인원 부족으로 사실상 작업계획서대로 작업이 이뤄지기 어려운데도 한국철도공사는 이런 계획서를 승인했다.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는 산재사고
한국철도공사의 이같은 직원들의 산재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장경태 의원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10년간 산업재해 발생 현황(2010~2019년)을 보면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자는 632명, 사망자는 19명에 달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평균 한국철도공사에서 사망자는 거의 매년 2명, 부상자는 60명 이상이 발생하는 셈이다.'법정 최고형' 받은 한국철도공사…"엄정 처벌 불가피"
창원지법 밀양지원(맹준영 부장판사)은 전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한국철도공사에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한국철도공사 부산경남본부장 등 나머지 관리자 4명에게도 책임을 물어 징역형이나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맹 판사는 "이 사건은 산업현장의 구조적, 총체적인 안전조치 결여로 인해 작업현장에 내재한 고도의 위험이 현실화해 근로자가 생명을 잃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사안"이라며 "현저히 부적합한 성능의 무전기만을 지급하는 외에 별다른 신호장비를 갖추지 않았고 열차운행감시인을 추가로 배치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철도공사 측은 그런데도 피해자들에 대해 직접 연관된다고 보기 어려운 금전 지급 내역을 제출했을뿐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는 대단히 미흡해 보인다"면서 "피고인들은 또 모두 이 법정에 이르러서는 주의의무 과실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면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대부분을 뒤집고 있다"고 말했다.
맹 판사는 이어 "심지어 피해자들 측에 사고로 인한 책임을 전가하거나 피해자들을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과연 진지하게 범행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이같은 법정태도에 비춰 보더라도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 한국철도공사 법인에 선고된 벌금형은 사고발생 시점이 2019년이기 때문에 개정 전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한 최고형량으로 사업주에 형사책임을 엄중히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판결로 분석된다.
현재 산안법은 지난해 1월 개정시행돼 사업주에 대한 법정 최고형량은 벌금 10억 원인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까지 내년부터 시행되면 향후 산재 사고 관련 재판에서 사업주에게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