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은 뒤 생리(월경) 주기가 아님에도 '부정 출혈' 등 이상징후를 호소하는 여성들의 민원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국이 "아직 연관성은 확인된 바 없다"면서도 신고사례들을 토대로 인과관계를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 조은희 안전접종관리반장은 1일 코로나19 관련 설명회에서 접종여성의 '생리주기 변화', '부정 출혈' 같은 증상은 이상반응 신고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느냐는 질의에 대해 "예방접종 이상반응을 신고 받을 때 (하혈 등의 증상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기준은 없다"며 "접종 후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모든 징후, 증상, 질환에 대해 다 접수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론 (신고) 항목에도 '기타' 란이 있고, 아마 여기엔 알려지지 않은 이상반응 여러 개가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기타 란을 통해 (이같은 증상들을) 신고해주시면 되겠다"고 부연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여성 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여성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생리주기가 아닌데도 부정출혈이 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히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백신접종 부작용으로 신고조차 받아주지 않아 답답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에게는 생리주기가 아닌 기간의 하혈이 '공포스러운 일'임에도 정작 의료기관에서는 피임약 처방, 두통약 복용 권고만이 이뤄질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지금도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많은 여성들이 접종 후 부정출혈이 발생했다는 내용이 많은데도 연관성에 대한 사례연구도 없고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증상이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코로나19도 인류가 처음 경험한 일이고 백신도 초고속으로 개발했으니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을 텐데 여성의 몸에서 심각한 증상이 빈발하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인류의 반이 겪는 고통에 의료계·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아직 여성의 예방접종과 하혈 같은 신체적 변화 간 연관성은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조 반장은 "이같은 증상에 대한 코로나19 백신의 연관성이 있냐고 묻는다면 올 초 접종할 때도 이 이슈가 나왔었다"며 "미국 같은 경우, 월경 이상징후가 모더나·화이자·얀센 등 백신의 임상경과에서 보고되지 않았다고 식품의약국(FDA)에서 말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에서도 지금 영국이나 독일 등에서 이상반응 보고서가 들어오고 있지만 연관성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며 "유럽 의약품청(EMA)에서도 월경(이상반응)에 대한 보고는 있지만, 여성의 신체적 변화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징후들은 스트레스나 다른 여러 원인이 있어서 연관성은 없지만 집중 모니터링하겠다고 돼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식적으로 (하혈 등과 백신 접종 사이) 연관성이 국외에서 제시된 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저희가 자료를 수집하고 신고를 받아서 나중에 그에 대한 연관성이나 인과관계가 있으면 빠른 시간 내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최근 백신을 맞은 뒤 백혈병을 진단받았다는 사례들에 대해서도 관련 학회에 정식으로 답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해당 내용은 이르면 내일(2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질병관리청 고재영 대변인은 "그간 언론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발생한 백혈병과 백신의 연관성이 있는지, 또 국내가 아니더라도 해외에서 이같은 사례가 있었는지, 인플루엔자 등 다른 백신과 백혈병의 인과성은 확인된 경우가 있었는지 등 다양한 질문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에서 관련내용에 대해, 특히 백신 접종과 백혈병의 인과성에 대해 대한혈액학회에 공식 검토를 요청했다"며 "(학회 측에서) 내일 브리핑에 참여는 못할 것 같지만 공식 입장을 보내줄 것 같다. 답변이 오면 내일 브리핑에서 안내드리겠다"고 부연했다.
추진단은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에도 예방접종 이후 백혈병과 연관된 해외사례 유무, 제약사의 백신 판매 이후 수집한 추가정보 등을 요청한 상태다. 고 대변인은 "식약처의 답변이 있으면, 브리핑에서 함께 설명하는 자리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20대 예비신부라고 밝힌 청원인이 '대구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하던 30대 예비신랑이 7월 28일 화이자 1차 접종을 한 뒤 8월 24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고 적은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당사자가 평소 기저질환이 없고 건강한 사람이었다며, 1차 접종 후 지혈이 잘 안 되는 등 이상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얀센 백신을 맞은 30대 중반의 태권도 관장이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거나 60대 아버지가 아스트라제네카(AZ) 1차 접종을 받고 나서 백혈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호소가 잇따라 논란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