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시가 1조 3천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국내에 밀수입한 30대가 부산본부세관과 부산지검이 합동으로 꾸린 전담팀에 적발됐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A(3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12월과 지난해 7월 두 차례에 걸쳐 멕시코에서 수입한 대형 기계부품에 필로폰 404.23kg 이상을 부산항으로 밀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A씨는 해외에 체류 중인 주범 B씨와 공모해 필로폰을 호주로 밀수출하기 위해 국내로 밀수입했다.
이들 일당이 그동안 국내로 들여온 필로폰은 모두 904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500kg은 호주로 밀수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 남아 있던 404kg 상당의 필로폰은 전량 압수됐다.
이번에 압수한 필로폰 404.23kg은 소매가 기준으로 시가 1조 3천억원에 달하며, 135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적발된 국내 밀수입 필로폰 양은 2018년이 193.2kg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는 45.4kg 수준이었다.
이들의 밀수 행각은 지난 5월 호주세관이 기계부품에 숨긴 필로폰을 적발하면서 드러났다.
부산본부세관과 부산지검은 전담팀을 꾸려 호주에서 적발된 부품의 반입 경로를 추적한 결과, 이들이 필로폰 밀수출을 위해 한국을 경유지로 활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부산본부세관 관계자는 "화물이 멕시코에서 호주로 바로 가는 것 보다, 우리나라를 한 번 거치면 호주 당국은 우리나라에서 들어온 물건으로 생각해 단속될 확률이 낮아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씨는 호주로 먼저 보낸 필로폰이 적발되자 국내 보관 장소를 수시로 바꿔왔으나, 세관 조사관들은 끈질기게 화물을 추적한 끝에 국내 한 창고에 숨긴 필로폰을 찾아냈다.
현장에서 발견된 필로폰은 항공기 감속장치에 들어가는 원통 형태로 된 '헬리컬기어' 안에 은닉된 상태였다.
헬리컬기어는 통상 선박이나 자동차 등에 쓰는 감속장치로, 수출과 수입이 잦은 물품이라고 세관은 설명했다.
검찰은 주범 B씨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하는 한편,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관세청은 이달부터 연말까지 수출입 해상화물을 이용한 대형 마약밀수에 대비해 집중단속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