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방지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세계 최초로 앱 마켓의 갑질을 규제하는 법안이 한국에서 마련된 셈이다.
'인앱 결제 강제' 금지 구글 갑질방지법, 국회 1년 만 통과
1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전날 저녁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7월 발의된 이후 1년 만이다.
이번 개정안은 구글, 애플과 같은 앱 마켓 사업자가 인앱 결제와 같이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삭제하는 것을 금지(제50조 1항)한 것이 핵심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9월 게임에만 적용하던 인앱 결제 의무화를 웹툰, 음악, 영상 등 모든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해 결제 대금의 15~30%를 수수료로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런 인앱 결제는 안전한 결제 방식으로 사용자를 보호하는 조처라고 구글은 설명했지만, 오히려 업계의 강한 반발을 이끌었다. 애플은 애초부터 자사 앱스토어에 입점한 모든 기업들에게 인앱 결제를 강제해 왔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포함된 단체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수단을 강제하게 되면 국내 관련 산업 매출이 연간 약 2조 3천억 원 줄고 생산 감소 효과는 2조 9천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업계, "이번 본회의 통과가 마지노선"…"변화 주시해야"
업계는 이번 개정안 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구글이 올 10월부터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만큼, 이번 본회의 통과가 마지노선이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구글이 지난 7월 앱 개발사의 신청을 검토해 내년 4월로 인앱 결제 정책 적용 시점을 연기해주겠다고 밝혔지만, 기준 조차 알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 측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앱 결제 금지 조항이 공포 즉시 시행인 만큼, 10월 안으로는 어떻게든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구글이 인앱 결제 강제 정책을 철회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제는 인앱 결제가 이미 강제되고 있는 분야에 법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글과 애플 모두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내던 게임사의 경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대형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 비즈니스가 글로벌로 확장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앱스토어 등 이른바 '글로벌 스토어'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측면들이 있다"며 "이제 막 법안이 통과가 된 만큼 살펴볼 여러 각도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구글이나 애플이 우회로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부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할 때도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 등이다.
구글은 법안 통과 직후 입장문에서 "구글은 고품질의 운영체제와 앱 마켓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향후 수 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첫 구글갑질방지법 통과…규제 움직임 가속화될까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구글, 애플 등과 관련된 소송과 독과점 규제 법안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들에 대한 규제가 가속화될 것인지도 주목된다.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글로벌 플랫폼의 독과점을 견제하는 법안이 최초로 통과된 만큼 전 세계적인 규제 움직임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미국 상원에서는 한국의 구글 갑질 방지법과 유사한 '오픈 앱마켓 법안'이 발의됐다. 유타주와 뉴욕주 등 36개 주와 워싱턴DC는 최근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유럽 각국에서도 구글과 애플의 수수료 정책에 대한 규제 논의가 활발하다.
애플은 이같은 움직임을 인식해 한발짝 뒤로 물러났다. 지난 27일 앱이 아닌 개발사 홈페이지 등 외부에서 이용료나 아이템 구입비 등을 결제하는 방법을 이메일로 알릴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앱스토어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이 외부결제 방식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못하도록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