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사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 전 대통령 모친인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찾았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통 지지층에 손을 내민 것이지만 중도층으로 확장하는 데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 한 마디 한 마디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31일 충북 순회 첫 일정으로 옥천군에 위치한 육 여사 생가를 방문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통치에 대해선 국민들 사이에 서로 다른 의견이 많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육 여사님을 비판하는 분들이 없다"고 말했다. "낮은 곳을 향한 어진 모습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여기서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면서도 "박 대통령을 (감옥에서) 꺼내달라"고 주장하는 박 전 지지자들을 대거 만났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청주시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방문 뒤 기자들에게 "제가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사건 수사에 관여한 건 맞다. 그러나 그건 공직자로서 정부의 인사 발령에 따라 저의 소임을 다한 것뿐"이라고 거듭 밝혔다.
앞서 지난 달 20일 대구에서 "마음 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맡은 자리에서 공직의 임무를 다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구금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공직자로서 맡은 자리에서 한 일'과 '개인적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하는 셈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등을 강하게 주장할 경우 윤 전 총장이 강경 보수층의 마음을 얻을 수는 있지만, 동시에 중도층이나 무당파의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결집력 높은 당심에 호소할 필요성과 탄핵까지 이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가진 중도층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상충하는 상황이다.
이 부분은 경선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윤 전 총장을 둘러싼 쟁점이자 윤 전 총장 스스로에겐 딜레마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윤 전 총장의 입장에 대해 "박근혜ㆍ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문재인 정부와 맞선 그 검사가 용기를 잃은 것 같다"고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