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 훼손 후 연쇄 살인을 저지른 강모(56)씨가 범행 이전 이미 2차례에 걸쳐 심야 무단 외출을 범한 것으로 드러났다. 끔찍한 범죄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었지만, 법무부는 매번 별다른 조치 없이 강씨의 변명만 듣고 넘어갔다. 전과 14범의 말만 믿은 법무부의 안일한 대처 탓에 범행 차단의 적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3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씨는 지난 6월 1일 한차례 야간 외출금지 명령을 어겼다. 교도소에서 출소한지 한달도 채 안 된 때다. 성범죄 전과자인 강씨는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외출이 제한돼있다. 첫 번째 위반 당시 강씨는 "집에 가는 길에 차량 내비게이션이 안 돼서 늦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고 한다.
법무부는 이같은 말을 강씨와의 전화 통화로만 전해들었을 뿐 직접 대면하지는 않았다. 법무부 관계자는 "당시 강씨의 차량 위치를 파악하고 집까지 남은 거리도 확인해서 출동하려는 중에 (강씨의 귀가로) 경보가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강씨의 무단 외출 시간은 20분 정도였다.
두 번째 무단 외출은 전자발찌를 끊은 당일인 지난 27일에 있었다. 강씨는 이날 새벽 0시14분 자택을 이탈했다. 관할 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이 출동했지만 이번에도 "회를 잘못 먹고 배탈이 나 편의점에 약을 사러 다녀왔다"는 강씨의 말만 믿었다. 범죄예방팀이 도착했을 때 이미 귀가했다고 한 강씨가 문 열어주기를 거부하면서 자택 내부 확인 없이 문앞에서 통화가 이뤄졌다.
강씨는 같은날 오전 6시쯤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 5시30분쯤 전자발찌를 훼손하면서 경찰의 추적을 받기 시작했다. 살해된 여성 2명 가운데 1명은 강씨의 자택에서 발견됐고, 범행은 전자발찌가 훼손되기 전에 일어났다. 추정 시간은 26일 밤 9시30~10시 사이다. 강씨가 외출금지 명령을 위반해 범죄예방팀이 출동한 27일 새벽 때면 피해 여성이 자택에 있었을 수도 있는 셈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단 이탈 당시 강씨를 왜 곧장 조사하지 않았냐'는 지적에 "출동하는 과정에서 강씨가 집으로 복귀했기 때문에 위반 상태가 아닌 걸로 됐다"며 "또 야간에는 통상 귀가한 이후면 집에 들어가서 조사하거나 그러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심야 시간인데다 귀가가 확인되면 향후 소환 조사로 갈음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관할 보호관찰소는 강씨의 외출금지 위반부터 전자발찌를 끊기까지 17시간 넘도록 어떤 추가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후 강씨는 29일 새벽 또다른 피해 여성을 만나 살인을 저질렀다. 현행법상 보호관찰소장은 전자장치 부착자가 외출금지와 같은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당사자에게 경고하도록 두고 있지만, 2차례 무단 외출에도 경고장과 같은 정식 대처는 없었다.
법무부가 강씨를 '1대1 관리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강씨는 전과 14범에, 그중 8차례 범행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범 기간도 짧다. 강도 강간, 특수강제추행 등 죄질도 불량하다. 특히 지난해 6월 강씨에게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할 당시 법원은 그의 재범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규정상 강씨는 1대1 관리 대상자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처럼 무단 외출에도 손을 놓고, 관리·감독마저 허술했던 법무부의 안일한 대응이 결국 강씨 범행의 대담성을 키웠다는 비판으로 귀결되고 있다. 법무부는 2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발생하고 나서야 "이번 사건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고위험 성범죄자의 재범을 방지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