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1위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턱 밑까지 추격하고 있는 것이다. 홍 의원의 약진으로 당내 '여론조사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 여부가 경선과정에서 더욱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30일 여론조사 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결과(TBS 의뢰, 지난 27~28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범보수 진영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홍 의원(21.7%)은 윤 전 총장(25.9%)을 4.2%포인트 차이로 따라 잡았다. 꾸준히 1위를 유지하며 대세론을 이끌었던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가 처음으로 오차 범위 안으로 좁혀진 것이다.
앞서 동일 기관이 지난 23일 발표한 결과(20~21일 조사)에선 윤 전 총장(28.4%)과 홍 의원(20.5%)의 격차는 약 8%포인트에 달했다. 이날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홍 의원은 20~40대 연령층에서 윤 전 총장에 앞섰고, 50대 이상에선 윤 전 총장에 뒤쳐졌다. 지역별로는 광주 ‧전라 지역을 제외하면 홍 의원이 이긴 지역은 없었다. 이 때문에 진보층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역선택'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진보층 지지자들이 야권 후보 중 본선 경쟁력이 약한 인물을 의도적으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홍 의원의 지지율이 윤 전 총장과 비등한 점을 고려하면 역선택의 결과로 치부하기엔 무리라는 반론도 있다. 특히 TK에선 윤 전 총장(30.1%)과 홍 의원(28.8%)의 격차가 1.3%포인트 차이로 사실상 동일한 수준이고, PK에서도 윤 전 총장(27.0%)과 홍 의원(24.6%)의 격차는 3%포인트 미만이었다. 60대 이상 연령층에서도 지난 조사 결과보다 3.9%포인트, 보수층에서도 8.5%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이번 여론조사 중에선 화이트칼라 지지율이 윤 전 총장(21.0%)보다 홍 의원(26.7%)이 더 높은 부분이 눈길을 끈다. 베일에 싸여있던 윤 전 총장이 본격 검증 국면에 돌입하면서 중산층‧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표심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홍 의원의 약진을 놓고 당내 평가는 엇갈린다. 모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홍 의원의 지지율이 단숨에 확 뛰어오른 게 아니라 서서히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기에 예사롭진 않다"며 "당내 경선 토론을 거치면 또 표심이 어떻게 될 진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내 한 초선의원도 "다른 건 몰라도 홍 의원의 토론 실력 하나는 정치권을 통틀어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윤 전 총장이 파상공세를 뚫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세엔 큰 영향이 없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반론도 있다. 당내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본선 경쟁력인데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보수 지지자들이 '홍준표 카드'로 안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도 "홍 의원이 상승 추세인건 맞는데 윤 전 총장이 승리한다는 대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당내 대선후보들 간 토론이 시작되기도 전에 1‧2위 주자 간 지지율이 출렁이면서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을 것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헌‧당규상 국민의힘 최종 대선 후보는 당원(50%)‧일반 여론조사(50%)를 반영하는데, 일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등 진보성향 정당 지지자들을 걸러내기 위한 '역선택 방지 조항' 삽입 여부를 두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외연 확장을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 삽입을 반대하고 있고, 윤 전 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 등은 도입을 찬성하는 기류다.
경선 룰을 논의하는 정홍원 경선 선관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 앞서 당 경준위가 만든 안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경준위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홍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대선은 우리끼리 보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했고, 유 전 의원도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건 정권교체를 포기하는 행위"라고 강력 반발했다. 유 전 의원 캠프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입장문에서 "지난 20년 동안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넣은 경선이 도대체 어디에 있었냐"며 윤 전 총장과 정 위원장을 향해 경고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선 절차나 이 과정에 대해서 우리 당의 선관위가 정한 것을 따를 것"이라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