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박강아름이 '박강아름 결혼하다' 찍다 발견한 것

셀프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 박강아름 감독 <상>
박강아름, 자신과 자신의 결혼 생활을 탐구하다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박강아름 감독. 영화사 진진 제공

셀프 다큐멘터리 영화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남편을 데리고 프랑스로 떠난 82년생 박강아름이 고백과 성찰을 통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담은 작품이다. 그가 던지는 질문은 '나는 왜 결혼했을까?' 그리고 '결혼, 도대체 뭘까?'이다.
 
일도 사랑도 다 가지고 싶은 아름은 자신의 꿈을 따라 프랑스로 유학을 간다. 명확한 계획을 갖고 프랑스로 떠난 아름과 달리 남편 성만은 프랑스에서의 계획이 없었다. 그곳에서 아름과 성만은 학업, 생활비, 육아, 가사 노동 등 지극히 현실적인 일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아름과 성만이 뒤바뀐 성역할 속에 놓여있음을 알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름은 가부장이라는 게 젠더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언제든 뒤바뀔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이를 보여주고 질문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박강아름 결혼하다'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박강아름 결혼하다'의 연출자이자 화자이자 주인공인 박강아름을 만나 질문을 던졌다. 그는 왜 이러한 질문을 던지게 됐으며, 질문을 던지는 과정에서 무엇을 만나게 됐는지 말이다.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내게서 발견한 가부장,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이어지다

 
▷ '외길식당'에서 시작된 기획이 어떻게 '박강아름 결혼하다'가 되었나요?
 
박강아름 : 처음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는 프랑스에서 유학하려는 아내를 따라온 동양인 남자가 집에서 가사만 하게 돼서 우울증이 왔고, 이에 집 거실에서 집밥을 파는 팝업 레스토랑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일종의 '프랑스식 카모메 식당' 다큐멘터리 버전이었어요.
 
제작 지원을 받아보려 트레일러를 만들어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 PD이자 친구인 김문정 PD한테 보여줬어요. 김 PD에게 '외길식당'보다는 둘의 성(性) 역할이 전복된 부분이 더 재밌고 흥미롭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적잖이 충격이었죠. 제가 보지 못했던 부분을 저한테서 발견했고, 저에 대해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기획 의도를 바꾸게 되었죠.

 
▷ 박강아름에게 충격을 던진, 이른바 내 안의 '가부장의 모습'을 마주한 것은 언제였나요?
 
박강아름 : 처음 트레일러를 만들면서 성만씨가 저한테 해준 말이 있는데, 그때 감정이 생각나요. 성만씨 표정도 생각나고요. 우리가 되게 알콩달콩한 사이는 아니지만, 성만씨가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나한테 하는 말이 뭔지 아느냐'고 물었죠. 뭐냐고 물으니까 '밥은?'이래요. 그래도 오자마자 '밥'부터 꺼내는 건 그렇잖아요. 그런데 '밥은?' '배고파' 이 말을 되게 많이 한대요. 전 진짜 몰랐어요. 그때 좀 충격이었죠. 미안하더라고요.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 가부장의 위치에서 겪게 된 '가부장'이란 무엇이나요? 직접 겪은 가부장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박강아름 : 남녀 모두 고통 받는 시스템. 고정된 성역할, 남녀 젠더 권력 구조를 모두 여실히 보여주면서 남녀 모두 고통 받는 불합리하고 불평등한 시스템이요. 하지만 우리 사회, 전 세계 문명사회를 쥐락펴락했던 오래된, 그리고 너무 익숙한 시스템이죠. 우리는 그런 사회 속에 살고 있고, 사회 자체가 가부장 사회라 생각해요. 학교도 회사도 집도, 입는 옷차림 하나에도 다 그런 게 내재화되어 있죠.
 
▷ 보통 가부장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남성 가부장-여성 가사 노동자'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이게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는 점은 흥미로운 지점인 것 같습니다.
 
박강아름 :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게 남성이 가사와 육아를 하면 도드라져 보이고, 그 노동의 가치가 높아 보이게 될 거라 생각했어요. 이를 통해 질문하고 싶었어요. 여성이 가사와 육아를 하는 걸 우리는 왜 자연스럽게 보는가? 왜 남성이 하게 되면 달라져 보이는가? 여성이 하고 있는 노동을 당연시했던 건 아닌가 질문하고 싶어서 그렇게 편집했어요.
 
▷ 스스로 여성 가부장과 남성 가부장은 차이가 있다고 했는데요.
 
박강아름 :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면, 남성이 임신과 출산을 할 수는 없어요. 여성이 임신하고 출산하기에, 아무리 제가 가부장이 된다고 해도 남성이 임신과 출산 경험하지 않는 이상 그걸 다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의 몸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게 가장 핵심이에요.
 
저는 평생을 여성으로 살아오면서 엄마의 삶, 할머니의 삶, 주변 다른 여성들의 삶을 보면서 더 여성한테 공감했고, 그랬기 때문에 성만씨 입장에 대해서 다는 아니지만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TV 예능에서 남자들이 주말에 잠깐 아이를 보고, 칭찬받고, 일과 육아를 다 하는 슈퍼맨으로 보이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했던 게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게 저를 돌아보게 하는 힘이었다고 생각해요.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박강아름 감독과 보리, 남편 정성만씨. 영화사 진진 제공

박강아름이 질문하며 길어 올린 것


▷ 영화에서 '우리는 왜 결혼했을까?' '결혼, 도대체 뭘까?'라는 질문을 던지는데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감독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박강아름 : 제가 제 안에 있던 욕망을 알게 됐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나는 정상 가족에 대한 욕망이 있었던 사람이었구나'…. 이러한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뭔가 뿌옇게 있던 게 조금 사라졌어요. 내가 왜 결혼을 선택하고 하고 싶었는지,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생각하고 결혼제도가 여성에게 불리한 구조라 말했는데 연애 중일 때는 상대와 항상 결혼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꼭 결혼해야만 가족이 만들어지는 게 아닌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제도적으로 인정하는 가족을 만들고 싶어 했어요. 영화를 만들면서 저의 그런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저는 전형적인 가족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 사람이었어요. 그런 제 자신을 영화 찍으면서 알게 된 거죠. 그런 게 선명하게 드러나서 마음이 편한 게 있어요.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영화 속 '카메라를 켜면 이렇게 말이 달라지는데 앞으로 어떻게 진실을 담겠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박강아름 : 그 말을 했던 이유는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힘든 내 몸에 대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알아주면 좋겠는데 알아주지 않은 섭섭함이 컸어요. 그리고 저는 모든 사람이 카메라 켜졌을 때와 꺼졌을 때 모두가 다를 거라 생각해요. 다큐멘터리 영화 안에서 카메라가 모든 진실을 담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또 반면에 카메라가 없었을 때라도 모든 사람이 가면을 벗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것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요.
 
▷ 가수 이랑과 이대봉씨의 협업으로 탄생한 영화의 노래들이 상황과 잘 맞아떨어져서 마치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박강아름 : 저는 이랑을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티스트의 목소리라 생각했고, 너무 좋아했어요. 이랑에게 연락을 해 여성 아티스트가 자기 이야기를 직접 하는 이야기인데 같이 하고 싶다고 제안했어요. 그는 일이 많은데도 선뜻 너무 좋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이랑은 영화를 만든 감독이기도 하고, 되게 천재 같아요. 너무 잘 구상해서 영화를 살려줬어요. 정말 탁월한 아티스트죠. 다음 작업도 같이 꼭 같이 하고 싶어요!
 
셀프 다큐멘터리 '박강아름 결혼하다'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
▷ 영화의 마지막인 비바람이 부는 덩케르크 해변에서의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다시 갈등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서로 유모차를 들고 가는 모습에 박강아름과 정성만 부부의 결혼 생활이 모두 담겼다고 생각했어요.
 
박강아름 : 그 장면이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압축판이라고 생각해요. 비바람이 밀어 치는데도 박강아름은 거기로 가야하고, 파트너인 성만은 말 없이 묵묵히 같이 가죠. 우산이 뒤집어지는 상황에서 사진을 몇 번 찍었는데도 아름은 또 찍자고 발을 동동거리고요. 박강아름의 캐릭터가 선명하게 보이고, 또 그 캐릭터가 있는 결혼 풍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그 장면을 넣은 게 너무 만족스러워요. 저도 마지막 장면을 사랑해요. 성만씨는 영화를 볼 때마다 내가 저렇게 살았구나 하면서 자기가 봐도 짠하대요.(웃음)
 
▷ '박강아름 결혼하다'를 본 관객들이 극장을 나서면서 이것만은 마음에 안고 갔으면 한다는 게 있을까요?
 
박강아름 : 저는 잘 몰랐는데 김문경 PD가 이야기해줘서 알았어요. 제가 맨날 뛰어다닌데요. 자꾸 넘어지고 뛰다가 넘어지고, 그러면서 또 일어나고. 그런 게 박강아름의 힘인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도 해줬어요. 박강아름은 일과 사랑 모두 다 하고 싶었던 사람이고, 그걸 하는 사람이다. 다만 박강아름이 달랐던 부분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한계를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기가 이 프로젝트에 매력을 느꼈대요.
 
이 영화를 본 많은 여성 관객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두려움이나 한계를 두려움이나 한계로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런 마음이에요. 힘을 내라는 건 절대 아니고요. 그냥 30대가 될 관객들이나 30대이거나 30대를 지나간 모든 여성들에게 이 영화를 바치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웃음)

 
<하편에서 계속>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