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새로운 시대인 마블 페이즈 4를 이끌어갈 주인공으로 샹치가 낙점됐다. 그동안 마블 세계관에서 봐왔던 강철 슈트를 입거나 인외 존재인 히어로가 아닌, 중국 무협·무술영화에서 봐왔던 액션을 내세운 새로운 슈퍼 히어로다. 이에 전 세계 마블 팬을 비롯한 영화 팬들이 샹치를 주목하고 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감독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은 마블의 강력한 전설 '텐 링즈'의 힘으로 어둠의 세계를 지배해 온 아버지 웬우와 암살자의 길을 거부하고 자신의 진정한 힘을 깨달은 초인적 히어로 샹치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으로도 잘 알려진 시무 리우가 샹치 역을 맡으며 배우 양조위, 양자경을 비롯해 아콰피나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또한 기존 마블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익스트림 액션과 현대와 고대 신화의 세계를 넘나드는 비주얼로 새로운 마블 시대를 열 예정이다.
30일 오전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시무 리우와 아콰피나,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을 만나 오는 9월 1일 전 세계 최초 개봉할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첫 아시안 히어로 솔로 무비를 이끌게 됐다. 본인이 생각하는 샹치만의 매력은 무엇이며, 타 마블 히어로와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무 리우 : 아마도 샹치가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많은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샹치는 굉장히 다면적인 캐릭터다. 본인만의 불안함이라든지 결함을 갖고 있고, 주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는 캐릭터다. 오리진 스토리에 있어서는 완벽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보통 마블의 슈퍼 히어로를 보면, 아주 완벽하고 결함이 전혀 없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영화에서는 감독님이나 다른 작가님이 샹치를 정말 다층적으로,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서 캐릭터를 만들었기에 많은 분이 보시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영화 속 케이티는 기존 히어로 무비 속 여성 캐릭터와 다른 개성을 갖고 있다. 아직 길을 못 찾은 청춘의 표상같기도 했다. 케이티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이 궁금하다.
아콰피나 : 케이티는 아주 재밌고 굉장히 느긋하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다가갈 수 있고, 주변에 '나 이런 사람 아는 거 같다'라고 느낄 정도로 굉장히 평범한 인물이다. 나는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게 정말 좋다. 또 젊은이의 표상이라 할 정도로 이 세상에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청년이다. 세상이 내게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 부모님이 내게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 시대 청년의 모습이다. 큰 공감을 하고 큰 울림을 주는 역할을 연기한다는 것은 배우 입장에서 선물인 것 같다.
▷ 강철 슈트 등을 이용하는 다른 히어로 무비와 달리 무협·무술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맨몸 액션을 주로 이용한 게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액션 스타일을 위해 연출하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뒀나?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 : 내가 액션 영화는 이번에 처음 찍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하면서 정말 유명한 액션 디자이너, 스턴트팀과 액션을 디자인하면서 각 액션 시퀀스에 각각의 내러티브를 부여했다. 그 내러티브에 따라 인물을 보여주고 감정과 스토리 드러내는 액션 시퀀스는 보여주자는 데 처음부터 모두가 동의했다.
그리고 성룡 스턴트팀 출신, 중국에서 온 안무가 등 정말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정말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났다. 내가 느끼기에 이번 영화에서 여러 가지 스토리 등 많은 것이 녹아든 액션 시퀀스를 만나며 감정적인 울림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는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버스 액션을 비롯한 다양한 액션 장면이 나온다. 이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시무 리우 : 이번 액션 시퀀스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만들어내고 싶었다. 여러 액션 시퀀스가 있는데 그것을 위해 수개월 동안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쳤다. 촬영 전에도 4개월 정도 매일 5~6시간 정도 안무와 무술을 익히고, 체력을 위해 근력 운동을 하면서 몸도 만들고 스킬도 익혔다.
버스 신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스포일러를 피하면서 말하자면, 버스 위에 매달려 있다가 옆으로 떨어지며 휙 돌아서 버스 문에 부딪히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의 스턴트를 직접 소화했다. 그 부분은 연구도 많이 하고 많은 분과 협업해서 며칠간 준비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신이다. 당시 프로듀서가 '정말 위험한데 직접 하겠냐?'라고 해서 정말 내가 하고 싶으니 하게 해달라고 했다. 전부 직접 다 소화한 액션을 큰 스크린으로 봤을 때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 케이티가 단순히 주인공 친구 역할에 머무르지 않은 점이 인상 깊었다. 이번 영화에서 케이티가 어떤 존재감을 보였고, 또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콰피나 : 스크립트에 쓰여 있는 그대로, 내가 해석한 케이티를 큰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열중했다. 내가 해석한 케이티는 그냥 조력자 역할 내지 본인의 안락함 안에만 있으려는 사람 아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이 할 일을 찾는 사람이다. MCU가 재밌는 점이 이 캐릭터들이 미래에 어떻게 될지, 미래에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알 수 없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케이티가 MCU에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른다. 샹치와 돈독한 관계이기에 함께 어떤 길을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니면 완전히 다르게 케이티가 요리를 좋아하니 요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지 않을까?
▷ 영화 속 샹치와 웬우(양조위) 액션 스타일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어떤 차이를 두려고 했나?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 : 액션을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아주 중요시 했던 부분이 샹치와 아버지 간의 감정적인 스토리와 관계를 액션과 움직임의 디자인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샹치는 자기 안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맞붙어서 큰 갈등을 겪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샹치는 한쪽만 선택하고 한쪽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양쪽 다 수용하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난다는 점이다. 각 안무, 무브먼트를 보면 이런 부분을 포착할 수 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 시무 리우와 아콰피나는 할리우드에서 큰 두각을 드러낸 배우다. 그러한 두 사람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출연한다는 것이 아시아인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다고 보나?
시무 리우 : 이 영화의 중요성은 정말 두 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본인의 이야기, 본인의 가족 이야기, 우리의 경험, 이런 모든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가 가진 풍부함과 다양성이 인종을 넘어 큰 스크린에 펼쳐진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난 중국계 캐나다인으로서, 항상 아시안인은 백그라운드에 있거나 다면적인 대표성 띈다기보다, 2차원적으로 보이는 게 있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어린이건 어른이건 할 것 없이 우리 아시아계가 이런 큰 스크린에서 우리 이야기를 펼칠 수 있고, 슈퍼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본다는 건 너무나 좋은 기회다. 아시아인이 아닌 다른 인종 관객에게는 이 영화 통해서 문화를 배울 수 있고, 또 문화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는 영화다. 이 모든 걸 다 잘 녹여내 세계의 다양성을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작품 아닌가 싶다.
아콰피나 : 나도 미국에서 자라면서 시무 리우가 이야기한 부분에 공감한다. 미디어나 영화에서 아시아인이 자주 보이지 않았기에,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는 어릴 적 샹치같은 히어로를 원했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 다양성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영화다. 배우, 감독, 스태프들 모두 아시아인이었다. 아시아 자체를 하나의 문화라고 보기보다, 그 안에 다양한 문화가 있어서 여러 문화 간의 연결점이 된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시무 리우, 아콰피나, 양조위, 양자경 등 캐스팅만으로도 의미가 큰 영화다.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 :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다. 캐스팅할 때 가장 중요했던 건, 각 배우가 진정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각 캐릭터를 진정한 인간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시무 리우는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갖고 있고, 양조위나 양자경은 중국에서 온 배우다. 이러한 서로 다른 개인적 경험을 세트장에 갖고 와서 인물을 풍부하게 표현했다. 아시아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모두 타파했고, 스테레오 타입처럼 보일 수 있는 요소마저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해서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면모가 돋보이도록 연기했다. 배우 한 분 한 분 다 대단한 분들이라 생각하고, 작업하는데 정말 즐거웠다.
▷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을 향해 인사 부탁한다.
시무 리우 : 감사하다. 한국에 개봉해서 많은 분이 꼭 봐주시면 좋겠다. 감사하다.
아콰피나 : 감사하다. 다음에는 직접 만나 뵙길 고대한다. 한국 관객 분들이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즐겨주길 바란다.
데스틴 다니엘 크리튼 감독 : 한국에는 물도 바람도 뿌리는 4D 영화관이 있다고 들었다. 우리 영화에는 물이 많이 나온다. 4D 영화관에서 상영된다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