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잘 모른다"던 이재명…'공영방송' 언급은 왜?

이재명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그린강국 코리아, 기후위기를 신성장의 기회로'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참여 중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9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배심원제, 공론화위원회의 도입을 촉구했다.

언론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지속해서 언급돼 온 방안들이지만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단독 처리를 앞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당심 끌어안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8일 전인 지난 21일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언론개혁을 주장했던 고(故) 이용마 전 MBC 기자의 2주기였다며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장을 비롯한 KBS의 이사진, MBC의 사장과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등을 선출하는데 방통위원들이 여야 추천 인사들로 구성되다보니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KBS 제공

이 지사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공영방송 사수가 매우 어려웠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기도 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국회가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했다.

이 지사의 이번 메시지는 그간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 계속해서 제기돼왔던 내용이기 때문에 특별할 것이 없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반면 민주당이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를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맞물려있다는 점에서 이 지사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힘을 싣기 위한 추가적인 움직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언론단체와 시민사회계에서는 그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해왔다.

때문에 민주당 일각에서는 언론중재법 통과를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입법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지사는 당초 언론중재법 개정에 다소 중립적이었지만 최근 들어 적극적인 태도로 입장을 바꿨다.

지난 26일 민주당 정기국회 워크숍 때는 "의원도 아닌데 지켜보는 입장이니 잘 모른다"고 말했지만, 이후 페이스북 등을 통해 "고의적, 악의적 허위보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지사는 한국의 언론자유도는 아시아국가 중 최상위인 반면 언론신뢰도는 주요 40개국 중 최하위인 점을 근거 삼아 "언론 스스로도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치인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고, 개정안 시행일이 대선 이후인 내년 4월인 점을 근거로 삼아 개정안이 '언론재갈법'이 아니라며 민주당 강경파와 똑같은 논리를 펼쳤다.

이재명 캠프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지사가 평소 소신을 다시 강조했을 뿐 언론중재법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4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열린 직능단체와의 정책협약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본경선 첫 순회경선을 불과 수일 앞두고 언론중재법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리고, 당 지도부가 언론개혁을 위한 개정안 처리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본선 승리를 위해 경선 첫 라운드부터 확고한 지지세를 확보하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강성 지지층의 표심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여권주자들의 지지율 경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며 본경선 개시 직전까지 1위를 확고히 하고 있는 이 지사로서는 첫 라운드인 중부권 경선에서 과반 내지는 과반에 가까운 압도적인 지지세를 확인하는 일에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라며 "언론중재법에 대한 입장을 강하게 어필함으로써 강성 지지층에게 '이 지사와 함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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