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억원대 수산업자의 몰락…구룡포에서 여의도까지 닥친 파도
어느 날 갑자기 포항 구룡포 출신 수산업자라며 등장한 한 재력가. 1천억 원대 유산을 상속받고, 슈퍼카 수십 대와 선박 스무 척, 고급 풀빌라 펜션까지 소유했다고 알려진 그는 바로 김 대표다. 40대 초반 나이에 본업인 수산업뿐 아니라, 인터넷 언론사 부회장, 생활체육단체 회장까지 역임하며 누가 봐도 부러워할 만한 인생을 살고 있던 김 대표. 그러던 그가 지난 4월, 사기·공동협박·공동공갈교사 혐의로 구속됐다. 그의 화려한 삶은 모두 '가짜'였던 것이다.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미끼는 바로 '선동오징어' 사업이었다. 배에서 오징어를 잡자마자 급속 냉각하여 판매하는 사업에 투자하면 수개월 내 3~4배의 이익을 얻게 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유혹했다고 한다. 김씨의 미끼에 걸려든 사기피해자들 중에는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중견 언론인, 서울 소재 사립대학 교수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총 사기피해 규모는 약 116억 원 대. 그 중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은 86억 원이 넘는 금액을 김씨에게 사기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상에 알려진 가짜 수산업자의 월척 인맥, 그 진실은?
하지만 가짜 수산업자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건 선동오징어 사기사건 때문이 아니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그가 수십 명의 유력인사들에게 대게, 새우 등 수산물부터 명품지갑, 골프채, 심지어 고급자동차까지 공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김씨의 이른바 '선물리스트'에는 유력 대선후보의 대변인이었던 전 일간지 논설위원, 현직 부장검사와 경찰서장, 유명 방송국 앵커, 심지어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현재 경찰에 입건돼 청탁금지법 위반혐의로 조사 받는 피의자는 박영수 전 특검을 포함해 총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선물리스트'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이름이 거론됐던 몇몇 정치인들은 이미 그가 사기꾼인 것을 간파한 지 오래라며 재빠른 선긋기를 하거나, '선물을 받았으나 반려할 정도의 가치가 있지 않았다', '김씨에게 받은 것보다 더 비싼 선물로 답례했다' 등 해명 릴레이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이 선물들이 '특별한 관계가 없는 잘 모르는 이'로부터 온 것이 아니었다는 정황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정체는 단순한 오징어 사기꾼인 걸까, 아니면 유력인사들과 연줄이 닿고 싶은 로비스트였던 것일까?
미끼로 세운 그만의 왕국…가짜 수산업자 김씨는 누구인가
제작진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진실을 추적하고자 포항 구룡포를 찾았다. 이미 10년 전 1억여 원 규모의 사기 사건으로 교도소에 다녀온 김씨. 구룡포 주민들은 출소 후 '담배꽁초 주워 피던 그 놈'이 어떻게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엄청난 재력가로 성장한 것인지 의아해했다.구룡포 현지 취재는 물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확인한 김씨의 행적, 그리고 김씨가 월척 피해자들을 낚기 위해 사용했던 다양한 미끼와 수법들. 별 볼 일 없던 어촌출신의 사기꾼이, 피해규모 116억 원대의 거물급 범죄자로 변신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가장 중요한 에기(가짜 미끼)는 무엇이었을까? 또한 피해자들은 왜 김씨의 미끼를 덥석 물 수 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가 입수한 김씨의 선물리스트
제작진은 지금껏 부분적으로만 알려져 궁금증을 더했던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선물 리스트'에 대해, 지금까지 한번도 공개된 적 없던 자료를 입수할 수 있었다. 이미 한 번씩 거론됐던 이름들 외에도 전혀 뜻밖인 인물들도 포함돼있었다. 무성한 소문이 아닌 실체로 확인된 그 이름들. 가짜 수산업자 김씨와 리스트에 있는 그 이름들의 관계는 무엇일까? 김씨가 사회 각계 유력 인사들에게 보낸 선물들과 이 선물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헤친다."그가 만든 왕국이니까. 끝까지 그 왕의 왕관을 안 벗으려고 했어요, 절대로." (가짜 수산업자 김씨 측근 A씨)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가 만든 구룡포 스캔들과 우리 사회의 본보기가 돼야 할 공인들이 왜 김씨의 거짓 왕국에 동행하게 되었는지 그 이면을 짚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