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강경파 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내친 김에 검찰개혁 '시즌2'까지 시동을 거는 등 다시 득세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대권주자들도 강경파 의원들 뒤에 있는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한 듯, 민감한 개혁 법안들을 두고 각자의 셈법에 따라 고심하는 모양새다.
강성지지자 의식?…與, 마지막 법사위서 '입법 독주'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지난 25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명백한 고의'라는 표현은 문제가 있다. '명백한'이라는 부분은 빠지는 게 맞다"며 언론중재법을 기존안보다 더 촘촘하게 수정했다.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다른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이 난색을 표했지만 소용없었다.
여기에 김승원 의원까지 가세해 공익신고자보호법 관련 보도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지 않도록 한 면책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들고 일어났다. 언론사의 면책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범(凡)여권 강경파 성향 의원 모임인 '처럼회'에 소속돼 있다.
이 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 법안을 놓고 담당 상임위도 아닌 마지막 관문 법사위에서 내부 혼선을 노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른바 '상왕 상임위'라는 비판을 받는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하자는 여당의 당론과도 정면 배치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내년에 법사위원장도 국민의힘에 넘겨줘야할 마당에 강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언론중재법 수정에 일부 강성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언론법 강행하면서 내친김에 '검수완박'까지
이들 강경파 의원들은 언론중재법에서 나아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 시즌2에도 다시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당내 모임인 '처럼회' 소속 의원들은 25일 "이번 정기국회 내에 '수사·기소 분리' 입법을 마무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앞서 발의한 △공소청 설치법 제정안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제정안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범여권 강경파 의원들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시즌2는 지난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중요 선거를 앞두고 검찰 관련 문제를 논하는 게 표심에 좋지 않다는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판단도 작용했다.
이후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고 당 지도부까지 교체되면서 당 검찰개혁특위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하지만 최근 언론중재법 강행과 맞물려 재가동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대권주자들마저 강성지지자 '눈치'…본경선까진 이어질듯
강경파가 득세하면서 실제 민주당 대권주자들까지 강성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대권주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미완의 개혁을 완수해야한다"며 "검찰개혁과 관련해 지난 6월 기소·수사 분리 법안이 지체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도 윤호중 원내대표를 만나 검찰개혁특위 재구성을 요구했다.
또 다른 대권주자 김두관 의원도 당내 강성 지지자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눈치다. 그는 지난 23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언론중재법에 독소조항이 많다'는 취지의 소신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을 선회하고 지지자들에게 사과했다.
한 민주당 대권주자 캠프 관계자는 "지금은 후보들이 본경선 과정에 있기 때문에 강성 당원들의 눈치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최종 후보가 가려지는 10월 이후에는 본인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런 일각의 지적에 대해 '처럼회' 소속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공교롭게 검찰개혁법이 언론중재법과 시기가 겹쳐 우리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내년 하반기 법사위원장이 야당으로 넘어가고 대통령 임기도 끝나가는 상황에서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