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무대에 오르지 못한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 '만선'이 9월 3일부터 19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만선'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현상공모 당선작으로, 1960년대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진 서민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같은 해 9월 초연했고 이후 동명 영화(감독 김수용)로 제작됐다.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2008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도 했다.
이 작품으로 천승세(2020년 작고) 작가와 '구포댁' 역의 백성희(2016년 작고) 배우는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현 백상예술대상)에서 각각 신인상과 여자신인상을 수상했다.
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은 초대 단원이자 오랫동안 단장을 지낸 백성희의 이름에서 따온 만큼 국립극단에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2021년 버전 '만선'은 동시대적 감수성을 지닌 작가 윤미현의 윤색과 연출 심재찬의 깊이 있는 해석으로 더욱 탄탄해졌다.
작품은 작은 섬마을을 배경으로 빚을 갚기 위해 거친 파도에도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는 서민의 무력한 현실과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를 향한 고집스러운 자부심 탓에 파멸해가는 가정의 처절한 모습을 동시에 그려냈다.
평생을 배 타는 일밖에 몰랐던, 그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 '곰치'와 그의 아내 '구포댁' 역은 각각 김명수와 정경순이 캐스팅됐다. 김재건, 정상철 등 과거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했던 원로배우와 이상홍, 김명기, 송석근, 김예림 등 국립극단 시즌 단원이 세대를 초월한 연기 합을 보여준다.
무대는 이태섭(제31회 아해랑연극상)이 디자인했다. 잔잔했다가 금세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촌마을을 실감나게 구현했다. 심재찬 연출은 "신구 세대가 함께 호흡하게 되어 더욱 의미 있다. 제목 그대로 객석이 만선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9월 5일 공연종료 후에는 심재찬 연출, 배우 김명수와 정경순이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 매주 목, 일요일에는 영어 자막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