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와 대선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윤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록 제 자신 문제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대선 후보와 치열하게 싸워온 제가 국민 앞에 책임을 다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들께 보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간부로 대선 경선 후보를 향한 여정을 멈추고, 국회의원직도 서초갑 지역구민들에게 돌려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권익위는 윤 의원 부친이 지난 2016년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소재 논 1만 871㎡를 사들였으나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며 농지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 부친 대신 현지 주민이 벼농사를 짓고, 매년 쌀 일곱 가마니를 지불했고, 권익위의 현지 조사 때만 서울 동대문구에서 세종시로 주소지를 옮긴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권익위 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독립 가계로 살아온 지 30년이 돼가는 친정아버님을 엮는 무리수가 야당 의원 평판을 흠집 내려는 의도가 아니면 무엇이겠느냐"고 반문하며 "우리나라가 정상화되기 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뿐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권익위 통보를 받은 국민의힘도 이미 윤 의원에 대해서는 의혹이 소명됐다며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윤 의원은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라며 "그 최전선에서 싸워 온 제가, 우스꽝스러운 조사 때문이긴 하지만,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 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며 사퇴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윤 의원은 의원직 사퇴가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온 제가 신의를 지키고 자식 된 도리를 다하는 길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최전선에서 비판해 온 과정과 모순되는 의혹이 드러났기 때문에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또 윤 의원의 기자회견이 시작되려 하자 이준석 당대표와 최형두, 서범수, 허은아, 김미애, 이종성 의원 등 동료 의원들이 찾아와 윤 의원의 사퇴를 만류했다. 이 대표는 윤 의원을 말리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권익위 조사결과를 보면 최소한의 구성요건도 되지 않거나 의원 개인이 주체가 아니고 연좌의 형태로 의혹 제기가 되는 등 참 야만적이라는 표현을 쓰겠다"며 "윤희숙 의원이 잘못한 것은 없고, 책임질 일이 없다고 확신하므로 정중하게 이번 결정을 재검토 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의원의 의원직 사퇴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본회의 의결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다수당인 민주당의 대선후보를 가장 치열하게 공격한 저를 가결하지 않으리라 보기 어렵다"며 "민주당이 즐겁게 통과시켜 줄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