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프간 난민촌 수용, 감성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다

아프간 난민 문제, 영화가 아닌 한국에 현실이 될 수도
우리 영토 기지 내에 난민촌은 개별 난민과 다른 사안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주권의 문제
감성적 인도주의나 정치적 올바름으로 풀 문제 아니다
충분한 사전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거쳐야

영화 '모가디슈'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 시대를 맞아 바닥으로 떨어진 한국영화에 '모가디슈'는 단연 별이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이후 한 달도 안 돼 관객 3백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흥행 1위를 달리고 있다.

'모가디슈'는 때마침 탈레반에 함락된 아프가니스탄의 아비규환 광경과 맞물려 더욱 화제다. '모가디슈'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신파를 배제했다는 점이다.
 
남북 관련 영화에 으레 나타나는 동포애를 자극하는 상투적인 감성을 집어넣지 않았다. 남북 외교관과 가족들은 함께 탈출에 성공하지만 각자 냉철하게 스스로의 조국을 찾아간다. 케냐 공항에서 헤어질 때 한신성 대사(김윤석 분)와 림용수(허준호 분)대사는 엉켜 고생한 기억을 뒤로 한 채 뒤돌아보지 않고 남북행 비행기에 오른다.
주한미군이 사용 중인 서울 용산 미군기지.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난민 수용지로 한국 등 해외 미군기지를 활용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주한미군 측은 "현재까지 피란민 수용 지시를 받은 바 없다"면서도 "지시가 내려오면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확인불가"라는 입장이지만 한미 간에 곧 난민촌 문제가 공식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인 협력자 수용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도 제각각이다. 정의당과 국민의 힘 일부 의원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프간 난민촌 문제는 단순한 인도적 문제로 보기에는 무겁고 복잡한 쟁점들이 스며들어 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책 마련과 평화 정착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김진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왼쪽)과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가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정부합동민원센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단, 미군이 우리 영토의 기지 안에 난민촌을 설립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난민을 개별적으로 수용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대한민국 최초의 외국인 난민촌이라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외국군 기지 내에 난민촌을 설립하는 것은 주권과도 연계된 문제다. 따라서, 정부 내 충분한 사전 검토와 논의는 물론 국민적 여론과 공감대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선 국면에서 커다란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종교계의 반발을 살 경우 폭발성이 더욱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슬람 난민 반대 정서에 범죄와 테러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정부는 충분히 고려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예멘인 5백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한 뒤 벌어졌던 격렬한 찬반 시위가 재현될 수 있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피해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난민법을 도입한 국가다. 세계 10대 경제교역 국가로서 국제적 사명과 인도적 책무도 중요하다. 그렇지만, 국민적 합의도 없이 외국의 요구에 따라 난민촌을 수용하겠다고 덜컥 나서는 것은 경솔하다.
 
난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려면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재정 지원을 하거나 국제 난민촌에 인적, 물적 지원을 하는 방법도 있다. 다문화는 물론 난민에 대한 국제적 경험이 부족하고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올바름'과 감성적 '인도주의'만 앞세울 사안이 아니다.
 
미군기지 내 난민촌 문제가 한국 내 난민 문제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봇물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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