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디슈'는 때마침 탈레반에 함락된 아프가니스탄의 아비규환 광경과 맞물려 더욱 화제다. '모가디슈'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신파를 배제했다는 점이다.
남북 관련 영화에 으레 나타나는 동포애를 자극하는 상투적인 감성을 집어넣지 않았다. 남북 외교관과 가족들은 함께 탈출에 성공하지만 각자 냉철하게 스스로의 조국을 찾아간다. 케냐 공항에서 헤어질 때 한신성 대사(김윤석 분)와 림용수(허준호 분)대사는 엉켜 고생한 기억을 뒤로 한 채 뒤돌아보지 않고 남북행 비행기에 오른다.
주한미군 측은 "현재까지 피란민 수용 지시를 받은 바 없다"면서도 "지시가 내려오면 한국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확인불가"라는 입장이지만 한미 간에 곧 난민촌 문제가 공식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한국인 협력자 수용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정치권도 제각각이다. 정의당과 국민의 힘 일부 의원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프간 난민촌 문제는 단순한 인도적 문제로 보기에는 무겁고 복잡한 쟁점들이 스며들어 있다.
한미동맹도 중요하지만 외국군 기지 내에 난민촌을 설립하는 것은 주권과도 연계된 문제다. 따라서, 정부 내 충분한 사전 검토와 논의는 물론 국민적 여론과 공감대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대선 국면에서 커다란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종교계의 반발을 살 경우 폭발성이 더욱 커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이슬람 난민 반대 정서에 범죄와 테러 등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점을 정부는 충분히 고려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지난 2018년 예멘인 5백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한 뒤 벌어졌던 격렬한 찬반 시위가 재현될 수 있다.
난민들을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려면 유엔난민기구(UNHCR)를 통해 재정 지원을 하거나 국제 난민촌에 인적, 물적 지원을 하는 방법도 있다. 다문화는 물론 난민에 대한 국제적 경험이 부족하고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올바름'과 감성적 '인도주의'만 앞세울 사안이 아니다.
미군기지 내 난민촌 문제가 한국 내 난민 문제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봇물이 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