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43)가 2년 만의 복귀전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봤다.
파키아오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쿠바의 우르데니스 우가스(35)에게 0-3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3명의 부심 중 2명이 116-112, 1명 115-113으로 우가스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파키아오는 세월의 무상함을 실감하며 1995년 프로 데뷔 후 통산 8번째 패배를 맛봤다. 통산 전적은 62승(39KO) 2무 8패가 됐다.
필리핀의 복싱 영웅이자 상원의원인 파키아오는 복싱 역사상 최초로 8체급을 석권한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는 2019년 7월 미국의 키스 서먼을 물리치고 WBA 웰터급 챔피언에 등극하면서 역대 최고령 웰터급 챔피언 기록을 다시 썼다.
이후 경기를 치르지 않아 챔피언 자격을 박탈당한 파키아오는 타이틀을 되찾기 위해 2년 만에 다시 링에 올랐다.
파키아오는 내년 5월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대권 행보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했으나 그의 뜻대로 경기는 흘러가지 않았다.
파키아오는 경기 내내 공격적으로 나섰다. 12라운드 동안 815번이나 펀치를 휘둘렀으나 정타는 130번에 불과했다.
정타 적중률에서 파키아오가 16%에 그친 반면 우가스는 37%(405번 중 151번)로 훨씬 효율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키 175㎝로 파키아오(166㎝)보다 10㎝ 가까이 큰 우가스는 자신의 신체적인 우위를 활용해 복싱 레전드를 무너트렸다.
애초 파키아오의 복귀전 상대는 에롤 스펜서 주니어였다. 하지만 스펜서 주니어가 눈을 다쳐 경기가 무산되면서 우가스로 상대가 바뀌었다.
우가스의 전략은 단순했다. 안정적인 가드를 유지하면서 양손 잽으로 파키아오의 안면을, 오른손 펀치로 파키아오의 몸통을 공략하는 전략이었다.
대선 출마를 앞두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일전을 화려하게 마치고 싶어했던 파키아오의 꿈은 우가스의 심플한 전략에 물거품이 됐다.
이제 관심은 파키아오의 향후 행보다. 특히 은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키아오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파키아오는 "우가스의 스타일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며 '이게 마지막 경기인가'라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쉬는 게 첫 번째다. 휴식을 취한 뒤 계속 싸울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