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한 언론사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각계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로 언론중재법이 강행처리 수순을 밟고 있지만 청와대는 "국회의 일"이라며 철저히 한 발 물러나 있다.
국내 언론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법안을 두고 청와대가 "자기 일 아니다"고 당에 모든 것을 떠넘기며 피하는 태도는 "당청은 원팀"이라는 식상한 구호마저 무색케 만든다. 그렇다면 무엇이 국정이고, 무엇이 청와대의 일인가.
법 통과 여부는 180석 거대 여당의 소관이지만, 법안이 몰고올 파장과 결과는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몫이다. 그 평가와 후폭풍, 책임을 고스란히 떠앉게 된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는 언론단체의 극렬한 반발과 전세계 언론계의 우려 속에 법안 통과를 강행한다면 그것은 문재인 정권의 역사인 것이다.
진보 정권으로 국제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는 문재인 정부가 임기말 '언론의 자유'를 후퇴시키려한다는 지적을 받는 것도 청와대로서는 부담이다. 세계신문협회(WAN-IFRA), 국제언론인협회(IPI·International Press Institute)에 이어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신기자들도 비판 성명을 내고 법안 처리를 말리고 있다.
여러 경로로 보면 청와대도 이를 인지하고, 또 걱정하고 있다. 청와대가 이같은 정치적 후폭풍과 국제적 평가를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 굳이 장막 뒤에서 침묵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빛나고 영광스러운 것은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은 침묵하는 '선택적 국정운영'의 패턴이 임기 말로 갈수록 짙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문 대통령은 18일 국민청원 4주년을 자축해 자궁경부암 백신 무료 접종 확대 계획을 영상으로 발표하며 살뜰하게 국정을 챙겼지만, 19일 추가로 연장된 정부의 고강도 방역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의 정치력에 기대를 걸어본다. 종국에 꼬인 문제를 푼 것은 항상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작년 초 마스크가 없어 국민들이 아우성일 때에는 "감수성이 없냐"며 국무위원들을 호통쳤고, 초반에 백신 수급이 뒤쳐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백방으로 뛰어들어 챙긴 것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청와대가 침묵이라는 도구로 방조하기 보다, 어려운 문제에도 적극 뛰어들며 국민통합을 위해 중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끝내 그 길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논리를 세워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언론중재법은 문재인 정부의 비즈니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