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경기관광공사 사장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보은인사'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지난 6월 이천 쿠팡 화재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가 황씨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했다며 야권이 공세를 펴면서 파문은 다시 확산되고 있다.
與野 총공세…정세균 "현장 살폈어야" 野 "소방공무원에게 사과하라"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화재 사고) 당시 소방관 실종에 대해 온 국민이 가슴을 졸이고 걱정하던 시점"이라며 "그런 큰 화재가 났으면 당연히 도지사는 즉시 업무에 복귀하고 현장을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대국민 사과는 물론 대선후보 사퇴까지 거론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이 후보는 하고 싶은 대로 한다. 국민의 안전 문제가 생겨도, 소방관이 위험해도 유튜브가 하고 싶으면 한다"며 "이 후보에게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해당 사태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름 없는 소방관들이 목숨을 걸고 구조활동을 벌일 때 경기도 최고책임자인 이 지사는 뭘 하고 있었느냐"며 "이 지사는 관련 의혹에 대한 진실을 빠짐없이 밝히고 화재 희생자 가족과 소방공무원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했다.
이 지사 측은 지난 6월 18일 오전 1시 32분 이 지사가 화재 현장에 도착했고 "재난 총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며 "화재발생 즉시 현장에 반드시 도지사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고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정치권이 특히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이 시점에 '먹방' 촬영을 하는 게 적절했느냐는 것.
유승민 캠프 이기인 대변인은 "도지사가 굳이 화재 발생 즉시 현장에 있어야 하냐는 이 지사 측의 설명은 가히 충격적"이라면서 "일본 아베 총리의 26분 재난출동 사례를 들며 세월호 사고와 비교했던 이 지사는 어디 있는가"라고 직격했다.
사과는 했지만…나이브한 대응에, 무책임한 인사관
이 지사는 이날 경기 고양시에서 진행한 동물복지공약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마산과 창원에 가 있기는 했지만 실시간으로 다 보고 받고, 파악도 하고 있었고, 그에 맞게 지휘도 했다"며 "과도한 비판이다. 박근혜는 세월호 현장을 파악도 하지 않고, 보고도 회피했다"고 말했다.
'먹방 촬영'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재명 캠프 내에서도 이번 논란과 관련해 "매뉴얼대로 했다고 해명하지 않았느냐, 이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앞서 황씨의 사퇴 여부를 놓고는 캠프 내 의견이 다소 팽팽한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정면돌파를 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섣불리 사과했다가 매뉴얼대로 했는데도 잘못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경기부지사가 오후 3시에 현장에 가서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했을 텐데, 저녁에 먹방을 예정대로 찍는 게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 사과 요구가 터져나오자 이 지사는 결국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며 "저의 판단과 행동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경기도지사가 임명하는 공직자가 많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보은인사나 부정채용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미 트위터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기도청 특혜 채용과 관련한 리스트까지 공유되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관광공사 논란도 이해찬 전 대표가 나서서 겨우 봉합했는데 매번 이런 식으로 나설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이 지사 측이 적극적으로 관련 리스크를 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