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 사건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이 변호사를 살해하도록 동료에게 지시한 혐의를 받는 전직 조직폭력배 조직원 50대 남성을 붙잡았다.
사건 발생 22년 만에 그날의 진실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살인교사 혐의로 김모(55)씨를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는 21일 오전 11시 제주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캄보디아에서 불법체류 신분으로 머물던 김씨는 지난 6월 현지 당국에 적발됐다. 이미 경찰이 김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한 터라 지난 18일 제주로 강제 송환됐다.
'장기 미제' 이승용 변호사 살인사건은?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6시 48분쯤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에 세워진 자신의 쏘나타 승용차량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이 변호사는 예리한 흉기로 가슴과 배를 수차례 찔렸다. 이 가운데 하나는 흉골을 관통해 심장이 찔렸다. 시신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심장 관통에 의한 과다출혈로 나타났다.
당시 이 변호사는 차량 밖에서 괴한의 흉기에 찔렸고, 이를 피하기 위해 차량 안으로 들어와 운전대를 잡으려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금이 든 지갑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가 도심지 한복판에서 살해당하자 도민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경찰은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7개 팀 40여 명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1년 뒤 수사본부도 해체되며 22년간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내가 살인 교사범이다…" 경찰 재수사
경찰이 이번에 재수사에 돌입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6월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전직 조직폭력배 조직원인 김씨가 나와 "자신을 살인 교사범"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김씨는 방송에서 당시 도내 한 조직폭력배 두목인 백모씨(2008년 사망)로부터 이승용 변호사 살해 지시를 받고 동료인 손모씨(2014년 사망)에게 시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사건 당시 60여 명이 용의선상에 올라 수사가 이뤄졌지만, 김씨와 백씨, 손씨 모두 그 대상에서 빠졌다. 경찰은 이번에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가 나온 만큼 재수사를 벌였다.
사건 수사와 별도로 쟁점은 김씨에 대한 살인죄 공소시효가 지났는지 여부다.
살인죄의 경우 지난 2015년 7월 '태완이법'으로 공소시효가 폐지됐지만 이 변호사 사건까지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이런 탓에 이 변호사 사건의 공소시효 기간은 '15년'이다.
이미 2014년 11월 4일 자정부로 공소시효는 지났지만, 경찰은 '범인이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공소시효는 정지된다'는 규정으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범행 동기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출신인 이승용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해 검찰에 입문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사법시험 동기다.
이 변호사는 서울지검과 부산지검에서 검사생활을 한 다음 1992년 고향인 제주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하지만 제주에 내려온 지 7년 만에 잔혹하게 살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