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미군 장비를 전리품으로 챙기면서 미국에 대한 위협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국방부는 한 달 전 미국에서 건너온 신형 헬기 7대의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며칠 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아프간은 그런 지원을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몇주 뒤 탈레반이 아프간 대부분 지역을 점령했다. 아프간 군은 무기와 장비를 남겨두고 도주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탈레반은 길게 늘어선 차량과 상자 속 새 무기, 통신장비, 심지어 군용 드론을 점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파괴되지 않은 모든 것이 탈레반 소유가 됐다"고 말했다.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이 무기가 시민들을 학살하는데 사용되거나, IS(이슬람국가) 등 무장단체가 미국과 관련된 지역을 공격하는데 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상대국 손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여러 가능성이 있는 무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헬기 등 대규모 장비로 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동시에 시민들의 대피를 돕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확한 숫자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탈레반이 험비 등 2000대 이상의 장갑차와 UH-60 블랙호크‧정찰공격헬기‧스캔이글 군용 드론 등 최대 40대의 항공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매콜 의원은 "우리는 이미 탈레반이 아프간 군에서 뺏은 미군 장비로 무장한 것을 봤다"면서 "미국과 우리 동맹국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이 아프간 군에 지원한 총과 야간 투시경, 드론 등 무기는 모두 280억 달러(약 3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블랙호크 헬기 등 항공기는 미군 지원의 대표적인 상징이자 아프간 군의 가장 큰 안보자산이었지만, 이제 탈레반의 소유가 됐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은 아프간 군에 208대의 항공기를 제공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 중 한 명은 아프간 전투기 조종사들이 우즈베키스탄으로 도피하며 약 40~50대의 항공기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또 일부 항공기는 정비를 위해 미국에 있는 상태다.
미군은 또 2003년부터 최소 60만 정의 M16 소총과 16만 2000대의 통신장비, 1만 6000개의 야간투시경을 아프간 군에 전달했다.
한 의원 보좌관은 "야간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완전히 게임 체인저(game changer‧판을 뒤흔들 결정적 역할)가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기관총과 박격포, 곡사포 등 포격 무기는 탈레반이 판지르 계곡 등 탈레반 저항 세력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갖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