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후 닷새가 지난 18일(현지시간) 현재 아이티의 강진 사망자는 1941명, 부상자는 9900여 명을 기록 중이다.
가옥 수만 채가 파손되면서 당장 머물 곳을 잃고 생계가 막막해진 이재민들도 수십만 명이다.
제리 샨들레르 아이티 시민보호국장은 강진으로 13만 5천 가구가 집을 떠나야 했으며,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도 60만 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남서부 도시 레카이 등 지진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선 이재민들이 마을 공터 등에 모여서 천막촌 생활을 하고 있는데 사정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열대성 폭풍 그레이스가 몰고 온 비까지 내려 흠뻑 젖은 땅에서 잠을 청해야 하는 이재민들은 로이터통신에 음식과 식수, 비를 피할 잠자리 등 기본적인 것들조차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속속 아이티에 당도하고 있지만, 이재민들에게까지 도달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이날 레카이의 공항에선 구호물자를 실은 헬리콥터가 공항에 도착하자 굶주린 주민들이 몰려가 음식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판사인 피에르 세넬은 로이터에 "난 어떤 정치적 의견도 없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을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지금 아무것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재앙에 맞설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날 레카이에서 성난 주민들이 모여 임시 거처로 사용할 천막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레카이의 한 천막촌엔 지방 정부가 보낸 구호식량 20~30세트가 처음 도착했는데, 닷새째 천막생활을 한 이재민 수백 명이 나눠 먹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고 AP는 전했다.
음식을 받으려고 줄을 선 제르다 프랑수아(24)는 "아이가 있다. 뭐라도 받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들도 여전히 몰려드는 부상자들 치료에 허덕이고 있다.
가뜩이나 열악한 의료체계가 마비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나 다른 감염병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범미보건기구(PAHO)는 지진으로 아이티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질이 생겼다며 의료 인력과 장비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극빈국 아이티는 지난달에야 뒤늦게 기부받은 코로나19 백신으로 접종을 시작했는데, 인구 대비 접종 비율이 0.2%에도 못 미친다.
현지 구호 활동가들은 깨끗한 식수조차 구하기 힘든 열악한 환경 속에 콜레라와 같은 수인성 감염병이 번질 위험도 경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이티에선 지난 2010년 대지진 직후에도 콜레라가 창궐해 9천 명 이상이 사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