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 주아프가니스탄 대사는 18일 화상 인터뷰에서 간편복 차림을 한 이유에 대해 양해를 구하며 현지에서의 긴박했던 대피 상황을 설명했다.
최 대사는 수도 카불에 남아있던 교민 A씨와 다른 공관원 2명과 함께 지난 17일 아프간을 떠나 현재 중동의 카타르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 대사는 지난 25일 외교부 본부와 화상회의를 진행하던 중 오전 11시 30분쯤 공관 경비업체로부터 탈레반 부대가 차편으로 약 20분 거리까지 근접했다는 전갈을 받았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최 대사는 정의용 외교장관에게 이런 내용을 보고했고 긴급 철수 지시가 내려졌다. 공관원들은 매뉴얼에 따라 주요 문서와 보안기기 등을 파기하고 간단한 개인 짐만 챙긴 채 우방국 대사관으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최 대사는 주아프간 대사관이 위험 지역에 있는 특성상 언제든 퇴각할 준비가 갖춰졌기 때문에 철수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불 내 그린존(안전지대)에 위치한 각국 대사관은 매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아프간 상황에 대한 정보를 교환해오기도 했다.
A씨는 당초에는 사업상 이유로 나중에 자력으로 철수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설득 끝에 다음날(16일)까지 사업장을 정리할 말미를 달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15일 저녁부터는 공항 내 민간공항 영역으로 아프간 군중이 난입했다. 또 이를 제지하기 위해 헬기가 상공을 선회하고 총성이 곳곳에서 울리는 긴박한 장면도 연출됐다.
A씨는 16일 제3국인에게 사업장 인수인계를 마쳤고 출발이 가능해졌지만 이번엔 군중이 군공항 쪽으로도 밀려들었다. 최 대사는 이날 유럽 우방국들의 교민 소개작전과 관련한 대사들 간의 회의에 참석하며 추가적 상황 파악에 나섰다.
최 대사는 "너무나 바쁘기도 했고 유일한 교신 수단인 핸드폰 배터리가 닳을 것도 걱정됐다"면서 "아직 가족들과도 통화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