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소요사태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미군 철군 결정은 옳았다며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를 두고 미국 진보매체 애틀랜틱은 "미군과 미국의 이익을 아프간 사람들의 운명 보다 우선시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돌아왔다"며 세계 지도국 역할을 마다않겠다던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시 다짐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 철군에 대한 미국 내 찬성 여론은 이번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50%다.
철군 과정의 실수와 탈레반의 전광석화 같은 아프간 점령에 많은 미국인들이 허탈해하고 분노했지만, 여전히 미국민 절반 정도는 철군을 지지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술처럼 아프간에서 미군 철군이 미국의 국익에 맞다고 미국 국민들은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대통령이 전임자와 다르게 동맹관계를 복원하겠다고 말했다고 해서 그가 미국의 이익 대신 국제사회의 이익을 추구하기를 바랐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때문에 바이든도 트럼프처럼 '아메리카 퍼스트'를 선언했다며 놀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매우 순진한 사람이다.
이번 아프간 사태로 우리가 경계할 건 또 있다.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이 붕괴된 것처럼 남한에서도 미군을 빼면 아프간 신세가 될 거라는 우려다.
그러나 미국이 주한미군을 '스스로' 뺄 가능성은 희박하다.
주한미군은 남한의 이익을 위해 적선 베풀 듯이 주둔하고 있다는 건 망상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주둔해 있을 뿐이다. 국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에게 한국만 예외일 수는 없다.
백악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도 17일 '미국의 국익이 없는 곳에서 미군을 희생시키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날 언급과 관련해 한국도 여기에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감축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빌자면 한국은 '미국의 국익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유명한 마크 티센(54)도 마침 이런 내용의 트위터 글을 15일 올렸다.
"미국의 지원 없이는 한국은 (아프간처럼) 빠르게 붕괴할 것이다. 우리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국은 사실상 없다."
워싱턴포스트와 폭스뉴스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미국 주류사회의 견해를 대변하는 그의 글이지만 '놀랍게도' 많은 미국인들이 비웃었다.
일부 한국인은 '미군의 주둔에 감사하다'는 글로 화답했지만 그의 글에 대한 미국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조롱과 풍자였다.
500여 개에 이르는 반박글 가운데는 북한의 핵무기 때문에라도 한국은 굴복할 것이라는 뻔한 논리 역시 보이질 않는다.
이런 미국인들의 냉철한 반응에 비해 '이번 사태의 교훈은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라는 국내 일부의 견강부회는 자국 군대의 수준과 능력을 못 믿는 자학적 망상으로 비치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