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현지 최초 여성 교육부 장관인 랑기나 하미디는 카불에 남아 주민들을 돕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하미디 장관은 15일(현지시각) 영국 BBC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미디 장관은 가니 대통령이 도망쳤다는 사실에 "충격적이고 믿을 수 없다"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그는 떠났다. 이것이 정말 사실이라면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가니 대통령이 정말 국민들에게 위기 상황을 알리지 않고 떠난 것이 맞다면 아프가니스탄을 배신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미디 장관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모든 어머니와 여성들이 공포를 느끼고 있다. 나 역시 다른 여성들처럼 두렵다"며 "나는 결과와 직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세상을 조금 더 좋게 만들기 위해 치르는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미디 장관은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고 아프간 정부가 들어선 지 20년 만에 여성 최초로 교육부 장관에 임명된 인물이다. 그는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한 당일 아침에도 사무실에 출근해 동요하는 직원들을 달래고 가장 마지막에 퇴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미디 장관의 인터뷰를 접한 전 세계의 누리꾼들은 그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안전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박영선 전 장관도 자신의 SNS에 "아프간 여성들이여 용기를 잃지 마소서. 이 땅엔 당신들의 안위와 미래를 함께 걱정하는 우리가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가니 대통령은 카불이 무장단체 탈레반에 함락되자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통신이 주아프간 러시아 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한 1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대사관 대변인은 "정부가 붕괴할 때 가니는 돈으로 가득한 차 4대와 함께 탈출했다. 돈의 일부는 탈출용 헬기에 다 싣지 못해 활주로에 남겨뒀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는 소식에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탈출하려는 현지 시민들로 넘쳐났다. 수백명의 현지인들이 공군기를 따라 달리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 과정에서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사망한 현지인도 나왔다.
CNN은 수도 카불 거리에 여성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외출한 여성도 일주일 전보다 훨씬 더 몸을 많이 가리는 옷을 입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하미디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소련의 아프간 침공으로 파키스탄으로 도피했다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 2003년 하미디 장관은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돕기 위해 자국으로 돌아와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