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년 만에 권력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아프간은 국제 원조를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른 경제 위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편은 오랫동안 탈레반의 핵심 자금줄이 됐다. 이제 아편이 아프간의 국제 원조를 대체할 수 있으며 서방 세계 전체로 헤로인이 급증하는 불똥이 튈 수 있다.
2001년 아프간을 침공한 동맹국들은 '신생 마약국가'인 아프간의 명성을 잘 알고 있다.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2001년 9‧11 테러 직후 노동당 회의에서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마약 창고"라며 "영국 거리의 헤로인 90%가 아프간에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따라서 양귀비를 없애는 것은 연합군의 최우선 과제였다.
하지만 탈레반이 외국 정부에 영향을 주기 위해 양귀비밭을 파괴하면서 침공 직전인 2001년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유엔(UN‧국제연합) 연구에 따르면, 2000년 8만 2천 헥타르(ha‧1헥타르=1만㎡)에 달하던 양귀비밭은 2001년 8천 헥타르로 급감했다.
이후 서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020년 양귀비밭은 22만 4천 헥타르가 됐다. 2000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소아즈(SOAS‧동양아프리카연구대) 조나단 굿핸드 박사는 "탈레반의 통치가 앞으로 불법 거래를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이곳에서 구호활동을 했던 그는 "탈레반이 1990년대 권력을 장악했던 상황으로 되돌아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양귀비 농장은 탈레반의 지원을 받는 핵심 지역으로 합법적인 생산물보다 더 비싸고, 수출과 감추기 더 쉽다"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반다 펠밥브라운 연구원은 지난해 영국 상원에서 "탈레반 자금의 20~40%가 아편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탈레반은 지지를 받기 위해 국제 원조 확보와 양귀비 재배 허용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것"이라며 "몇 달 전 대화했던 탈레반 고위 지도자는 아편 경제를 금지하려는 의사를 보였다. 그것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책임있는 정부의 자세를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아프간의 GDP(국내총생산)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9%씩 성장했지만, 이후 2% 미만으로 떨어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지난해에는 5% 감소했다.
텔레그래프는 인권을 탄압할 가능성이 큰 탈레반이 이런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아프간 인근의 독재국가들은 다른 입장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아프간에 매장된 광물과 희토류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프간을 통한 '일대일로' 전략 추진을 위해 아프간의 안정을 원하고 있다고 굿핸즈 박사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