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에서 야권 지분 일부를 갖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종료를 16일 선언하면서 대권 구도에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이 원하는 합당 형태로는 정권교체에 필요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없다며 합당 논의가 결렬됐다고 밝혔다. 합당 종료의 이유라 밝힌 공식 입장과는 별개로, 안 대표 본인이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최종 4인' 후보에 들지 못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린 결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국민의힘 주자 가운데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고, 때문에 안 대표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굽히는 모습까지 연출하면서 합당할 수는 없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의 '야권 지분'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의 지분은 여야 박빙의 대선 구도에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게 야권 전반의 의견이다. 실제로 그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 2~5% 사이를 오가고 있다. 앞서 이준석 대표는 "현재 상황이면 5% 차이로 여권에 진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특히 부동층이 적지 않은 현 상황을 감안하면, 중도적 성향의 제3지대를 본거지로 하는 안 대표에게 막판 표심이 몰릴 가능성도 있다.
당장 이런 식으로 야권이 분열했을 때 웃는 쪽은 여권밖에 없다. 민주당으로선 여야 일대일 구도 대신 일대다 구도로 대선이 치러지는 게 유리하다. 민주당에서 전략통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안 대표가 중도층을 가지고 있으니 우리 입장에선 국민의힘과 합당하지 않고 계속 밖에 있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합당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안타까움과 분노를 동시에 나타내며 재협상을 주문한 것도 이때문이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분열은 공멸"이라며 "감정 싸움할 때가 아니고 소탐대실하면 역사가 용서 안 할 것"이라고 합당 결렬을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야권통합과 정권교체를 바라온 많은 분들이 아쉬움이 크다"며 "통합의 큰 뜻이 이어지고 통합 논의가 조속히 재개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과 정책 대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합당 결렬이 안타깝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이 힘을 모아야 할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안 대표가 합당 약속을 저버렸다며 탈당하는 인사들이 속출하면서, 안 대표로서는 전방위 합당 압력을 버티기 위해서라도, 제3지대에서 의미 있는 영향력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과의 연대 가능성에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