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0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전날에 이어 광복절인 15일 오전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 보수 성향 단체들의 행사가 이어졌다. 우려했던 것만큼 '대규모 시위'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도심 곳곳에서 1인 시위 및 기자회견 참석자와 경찰 사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 전광훈씨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은 서울 종로구 종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종교 탄압과 인권 탄압에 나섰다"며 "전날부터 시작한 국민혁명당의 '1천만인 걷기운동'을 공권력을 동원해 원천 봉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러한 문 정권을 국제사회에 고발하겠다"며 "이제부터 국민혁명당은 매주 토요일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의 발걸음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6일 오전 10시 동화면세점 앞에서 광복절 연휴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혁명당은 애초 오전 사랑제일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오후 3시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통제로 새문안교회으로 이동해 약 20분 정도 기자회견을 이어가다가 종묘로 이동했다.
이들은 몇몇 지지자들이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려하자 "구호를 외치면 안된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다수가 공통된 구호를 외치면 '1인 시위'가 아니라 '불법 집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 도심 곳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이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오전 11시 나라지킴이 고교연합은 서울 종로구 종묘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백신 수급 실패 책임은 회피하고 거리두기 조치로 자영업자들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나라지킴이 고교연합 회원과 일부 유튜버들이 '자진 해산'을 요청하는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는 별다른 구호 없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거리를 걷는 식의 1인 시위도 진행됐다. '드루킹 조작선거'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도 등장했다.
거리에는 파라솔을 치고 국민혁명당 가입을 권유하는 당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국민혁명당 가입신청서를 내밀며 "한 달 1000원이면 된다"며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홍보했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과 경찰 간 충돌이 격화되기도 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오후 2시 5분쯤 중구의 한 호텔 앞에서 경찰관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보수단체 회원 6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광화문 광장 일대는 경찰의 통행 제한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다. 경찰들은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에게 목적지를 물으며 길을 안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근 거주 주민이나 직장인들만 통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통행 제한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종각역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한 시민이 경찰 제지에 가로막히자 "민주노총은 모이게 하면서 자유시민은 왜 통행도 못하게 하느냐"며 경찰과 언쟁을 벌였다. 한 시민은 통제하는 경찰 앞에 드러눕기도 했다.
종각역은 일부 출입구가 봉쇄돼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기도 했다. 종각역 2번 출구를 이용하려던 30대 남성 김모씨는 "점심 약속이 있어서 이동하려고 했는데 역이 막혀있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은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동원, 전날부터 서울 도심 등 81개소에 임시 검문소를 운영했다. 또 광화문·시청·경복궁·종각역 등 주요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하도록 했다.
한편 이날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또 대면 예배를 강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이후 대면 종교집회 금지 명령을 위반한 지 다섯 번째다.
성북구청은 "사랑제일교회 폐쇄 조치에 대한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폐쇄 여부는 오는 17~20일쯤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