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반대 의견도 옳지만 국익 위한 결정, 국민 이해 바란다
청와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3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이며 국민들께서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입장을 밝혔다.우선,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반대하는 국민의 의견도 옳은 말씀"이라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가석방 결정을 옹호했다.
그간 청와대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에 대해 "언급할 계획이 없다"며 철저히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진보진영과 여권 일각에서도 정부의 가석방 결정을 비판하고 강하게 반발하자 문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수습에 나선 것이다.
백신 초비상 상황에서 삼성의 적극적 역할 촉구
우선, 문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처럼 이번 가석방 결정에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국민의 기대가 담겼다는 점을 직접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모더나 사가 백신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으면서 백신 수급에 총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향후에도 이 부회장과 삼성이 백신 수급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정부의 바람이 깔려있다.
이날 청와대 류근혁 사회정책비서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모더나 사와 담판을 짓기 위해 미국으로 긴급히 떠나는 등 백신 수급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에 백신 수급을 빠르게 안정시키는 과정에서 글로벌 대기업인 삼성의 역할을 더욱 촉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에서는 백신 확보에 대한 역할, 한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조치 등 국민의 요구가 있으니 (이 부회장이)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찬반양론 대립 속 靑 침묵 길어지면 국론 분열될까 우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1천 여객의 시민단체들은 이날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의 직접 해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청와대 앞을 채웠던 촛불의 열망은 사라졌고 공정과 정의는 사망했으며 재벌공화국의 어두운 그림자만 남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이 아니라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인 만큼 문 대통령이 그간 선을 그어왔지만, 더이상 언급을 피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저희도 (문 대통령이) 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고, 어느 시점에 대통령께서 말씀을 하셔야 하는지를 판단을 하고 있었다"며 입장 발표 시점을 조율해 왔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청와대는 경영 개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지원에 나서느냐는 질문에 "가석방 결정 자체도 법무부가 법과 절차에 따라 한 것이고, 이후 절차도 법과 절차에 따라 법무부가 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대해 '공개 지지'를 명확하게 보내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시민사회 단체 등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