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까지 포함해 부처 가운데 공무원이 가장 많이 있는 국방부에선 아니다. 군에는 '언론 대응'을 전담하는 병과가 있어서다. 공보정훈(公報精訓, Public Affairs)은 군이 잘한 일을 널리 알리고, 잘못한 일에 대해선 질문을 받아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비판을 받는다.
국방홍보훈령 27조 1항은 "공보계통에서 언론대응 조치를 행함에 있어 사고 관련 부서나 기관, 수사기관 등은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폐쇄적인 군 특성상 실제로는 부서들이 '적극' '협조'하진 않는다.
글로벌 호크 전력화 정보 유출자 찾는데…해리스 대사가 사진 공개
2020년 4월 9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선 군 공보계통에 대한 보안조사가 문제가 됐다. 청와대는 글로벌 호크 전력화와 통신위성 발사 등 전략자산과 관련된 보도 경위를 살펴보겠다며 조사를 지시했다. 국가정보원과 군사안보지원사령부가 '칼'이 됐다.사실상 정보 유출 경로 색출에 가깝다. 쏟아지는 질문에 국방부는 "취재에 대해 제한하자는 것이 아니라 보도되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에 불과하다"며 조사 사실은 시인하고, 취지는 부인했다.
디지털 포렌식까지 요구받은 관계자들은 황당해했다. 공보장교가 민감한 전략자산 도입 현황을 언론에 먼저 '흘릴' 리 없다는 얘기였다.
군이 전력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던 한국 공군 소속 글로벌 호크 사진은 열흘 뒤 모두가 보게 됐다. 4월 19일 해리 해리스 당시 주한미국대사가 트위터에 "이번 주 한국에 글로벌 호크를 인도한 한미 안보협력팀에 축하를 전한다"며 "한국 공군과 공고한 한미동맹에 있어 뜻깊은 날"이라고 적으며 사진을 공개했다.
"오후에 영장실질심사 진행" 공지했다고 대변인실 공보장교 조사
오후에 A준위와 B상사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으러 호송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B상사는 7월 25일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핵심 피고인이 사망하자 강압수사 여부가 문제가 됐다.
그런데 국방부 검찰단 바깥 군 검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감찰팀은 최근 문자메시지를 보낸 국방부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취재해 보니 기자들에게 B상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린다고 공지했고, 그 결과 B상사 모습이 보도된 일이 극단적 선택 원인이 되지 않았느냐는 논리다.
'사회 법원'에선 출입기자는 물론 법원을 드나드는 모두에게 영장심사 일정을 공개한다. 그리고 대변인실은 검찰단이나 법원이 통보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알리는데, 구속영장을 청구한 주체는 국방부 검찰단이다.
실제로 6월 15일엔 검찰단이 "성명불상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는 이상한 문장을 대변인실을 통해 공지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내용은 검찰단이 쓰고 항의는 대변인실이 받는다.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 신문(訊問)과 달리, 심문(審問)은 피의자가 주장과 의견 그리고 근거를 비교적 차분히 정리해 이야기할 기회를 준다. 기자들은 수사 과정에서 접촉하기 어려운 중요 사건 피의자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나올 때 법원 바깥에서라도 국민을 대표해 물어봐야 한다. 언론이 가진 권리이자 의무다.
더욱이 A준위 측 변호인은 8월 6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B상사는 (구속) 수감 전부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고, 공황장애를 호소해 조사를 받지 못할 정도였다"며 "검찰단도 이런 내용을 확인하고 수사보고 형식으로 극단적 선택 징후가 있다고 (기록을) 남기면서 (이를) 구속 사유로 했다"고 폭로했다.
권력은 수사뿐만 아니라 군 내부사정을 취재해 알리고 비판하는 언론을 불편해한다. 기자를 어쩌지 못하니 애먼 군인 신분의 공보장교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살계경후(殺鷄儆猴), '닭을 죽여 원숭이에게 경고한다'. 닭을 쏠 총기 영점(零點)이 틀어졌는지, 조준을 틀리게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