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킹덤: 아신전' 반전에 관한 감독 김성훈의 웅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김성훈 감독
묵직해진 연출, 전지현의 아신, 그리고 '킹덤: 아신전'을 둘러싼 논란에 관하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 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 엔딩에서 강렬한 등장을 선보이며 시즌3에 대한 기대를 높인 아신(전지현). 그러나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시청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92분짜리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으로 돌아왔다.
 
조선에 퍼진 생사역을 막기 위한 이창(주지훈) 일행의 여정을 통해 스펙터클한 전개를 선보였던 시즌1, 2와 달리 '킹덤: 아신전'은 차분한 듯 강렬하고, 아신이라는 인간의 어둑한 내면을 깊숙이 파고든다. 인간에 대한 깊고 넓어진 고민, 그리고 아신의 '한(恨)'이 만든 광기 어린 복수의 서막을 알린 만큼 화면 역시 기존 시리즈보다 어둡고 서늘해졌다.
 
반전된 분위기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혹스러운 시청자도, 하나의 세계관 속 다른 결의 에피소드에 매력을 느낀 시청자도 존재한다. 이에 최근 김성훈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킹덤: 아신전'에서 궁금했던 점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 연출에 관하여


▷ 전 세계 많은 시청자가 '킹덤' 시즌3을 기다렸는데 92분 분량의 스페셜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 한 편으로 돌아온 것은 뜻밖이었다.
 
김성훈 감독(이하 김성훈) : 나 또한 뜻밖이었다. 이야기적으로 '아신전'을 못 보고 시즌3에 들어간다면, 아신과 이창이 마주하고 있던 장면에서 왜 마주하는지 긴장감이 없을 것이다. '아신전' 통해 서사를 깔아놓는다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강력하고 거대한 갈등 속에서 시즌3이 진행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킹덤: 아신전'은 주제도, 미장센도 '킹덤' 시즌1, 2보다 한층 더 깊고 어두워진 느낌이다. 연출하는 데 있어서 어떤 점을 가장 고민했나?
 
김성훈 : 첫 번째는 장소와 장면에 대한 것이었다. 이야기가 조선의 가장 남쪽과 한양 중심에서 벌어졌던 시즌1, 2와는 달리 북방에서 시작한다. 시즌2 엔딩에서 이창이 생사초의 성질이 찬 곳을 지향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방으로 향했다. 북방의 세계관을 펼치려면 그럴싸한 장소에 있을 때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초석부터 설득력 있는 장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소가 익숙하지만 새로운 곳이다. 당시 압록강 지대를 본 적도 없고, 막연히 추운 곳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이런 상상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선택한 장소가 아이러니하게도 제주도다. 울창한 숲과 북방 우림, 광활함을 표현하려 했다. 그렇게 새로운 장소와 장면에 대한 고증, 상상력을 가미해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집중했다.
 
또 하나는 이야기 자체가 비극과 희극, 유머와 아픔 등 희로애락이 다 담겼던 시즌 1, 2에 비해 '아신전'은 목적 자체가 희보다 분노와 슬픔, 아픔 위주로 된 작품이다. 그러다 보니 어두운 톤으로 작품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92분 동안 어떻게 해야 불편함 없이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다.

 
▷ 컷 전환 등에서도 인상적인 연출을 선보였는데, 가장 공들인 장면 혹은 만족스러운 장면은 무엇인가?
 
김성훈 : '킹덤: 아신전' 자체가 마지막을 위해 달렸다. 마지막, 아신이 끌고 왔던 자루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있는데, 조선의 지옥도를 만든 아신은 생사역이 된 가족들이 있는 폐허의 공간으로 와서 어릴 적 기억을 마주한다. 실제와 아신의 판타지가 오버랩되면서 나타나는 장면은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끔찍하고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매력적이었다. 환상과 현실을 잘 결합해서 극도로 슬프면서, 극도로 끔찍하고, 또 극도로 매력적으로 만들고 싶었다. 끔찍한 이야기지만 아신의 입장에서는 가족에게 제대로 된 첫 끼를 대접하는 것이었다. 내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상으로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아신 역 전지현에 관하여


▷ 김은희 작가가 아신 역에 전지현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말했는데, 전지현에게서 발견한 아신의 모습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김성훈 : 전지현씨는 이미 지난 20여 년 동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스타다. 그래서 그런 것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전지현씨가 근래 '암살' '베를린' 등에서 보여줬던 절제된 표현력을 통해 아신이 될 어떠한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봤다.
 
더불어 김은희 작가가 전지현씨는 몸을 잘 쓰는, 라인이 너무나 훌륭한 배우라고 표현했는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마지막 허허벌판에 아이다간(구교환)과 홀로 마주 서는 장면이 있다. 드론으로 넓디넓은 공간에 정말 손톱만큼 작게 나오는 전지현씨를 촬영했는데, 촬영감독이 '어떻게 저렇게 작게 나오는데도 포스가 느껴지지?'라고 말했다. 아주 멀리서 되게 작게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전사의 느낌이 잘 표현돼서 놀랐다.
 
그리고 아신이라는 인물은 '현대 사회에 살면서 저런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하고 깊은 아픔 속에 있는 인물이다. 현장에서 털털하게 지내고 농담도 많이 하다가도 카메라 앞에서 순식간에 아신으로 돌변했다. 한(恨)을 품은 사람의 모습을 열연하는 걸 보는데, 그런 모습을 어디다 숨기고 다니는지 싶었다.

 
▷ 그동안 악역으로 기억된 적 없는 배우 전지현이 '킹덤: 아신전'에서 안티 히어로를 연기했다는 점도 놀라운 지점 중 하나였다.
 
김성훈 : 기존 '킹덤' 시리즈를 이어온 질문 중 하나는 바로 생사역을 누가 퍼트렸냐는 것이다. '킹덤' 시즌1에서는 왕으로부터 내려와 배고픔에 굶주린 환자들에게서 발발했다. 이후 시즌2에서 알고 보니 그 전에 왜란 중에 만들어졌던 존재다. 그런데 또 아신이 조선의 모든 생명을 벌하고자 하는 분노와 목적 속에 이승희 의원에게 생사초를 제공한 것임이 드러났다. 조커 이상의 끔찍한 인물이지 않나.
 
전지현이 여태껏 그러한 이미지가 아니었기에, 아신을 맡아 더 큰 쾌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 분노가 발화되기 전까지 대사가 한 마디밖에 없다. 무언극으로 작품이 질주하는데, 내리깐 눈동자와 느릿한 몸짓 하나로 캐릭터를 잘 구축했다. 마지막에 폭발할 때 설득력을 갖게끔 만들기 위한 과정을 전지현씨가 너무나 잘 해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어린 아신 역의 김시아 역시 어두운 감정 연기를 잘 소화해 내 호평을 받았다.
 
김성훈 : 아신의 아역을 캐스팅하면서 되게 고민이 많았다. 어린 친구가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처음엔 보다 배우로서도, 캐릭터로서도 지금보다 나이를 올릴 계획이 있었다. 슬픔과 거대한 아픔, 끔찍함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차 오디션에서도 김시아 배우가 압도적으로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나이 때문에 제외했다. 그러나 결국 김시아로 다시 돌아왔다.
 
오디션 때 민치록(박병은) 앞에서 오열하며 복수해달라는 장면을 봤다. 애잔함과 과하지 않게 절제하며 슬픔을 표현하는데, 감히 가늠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해냈다. 오디션 때 느낀 것 이상으로 현장에서 복덩이였다. 그 결과는 시청자분들이 보는 장면에 녹아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 속 궁금증과 논란에 관하여


▷ 아신은 출중한 무예 실력과 뛰어난 지능을 지녔음에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온갖 고초와 멸시를 참아냈다. 이후 가족의 죽음 뒤에 조선이 있음을 알고 직접 복수에 나서는데, 아신의 능력만 보면 일찌감치 직접 복수했어도 되지 않나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도 있다.
 
김성훈 : 그건 작가님의 의도도 그렇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인데, 사실 그 장면 바로 직전에 북방에 주둔한 조선 부대가 왜란을 막기 위해 빠져나가며 빈 병영이 된다. 최소한의 경비 인력만 남는데, 우리는 1백여 명으로 설정했다. 최소한의 인력만 남긴 그곳에 빈틈이 생겼고, 아신이 생사역을 만들어 복수하게 된다. 뛰어난 무예와 지능을 가진 사람이, 더군다나 생사역을 만들 수 있는데 왜 안 했느냐에 대해서는 이 설정이 어떤 근거가 되지 않나 싶다.
 
그리고 부연해서 설명한다면, 타저위는 더 강력하고 더 큰 집단이다. 아신 혼자 타저위 주둔지에 가서 몇 명은 해할 수 있겠지만, 타저위는 거대한 집단이다. 그래서 몇십 명의 생사역을 만든다 해도 거대한 타저위 집단을 다 벌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아신이 만든 생사역은 전염성이 없다. 때마침 본진이 빠져나갔을 때 아신 본인이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생사역을 몰래 만들어 군영을 지옥도로 만들었다. 그리고 조선군이 자멸해 가는 것을 지붕 위에서 목도한 것, 우리는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시즌2에서 충신으로 등장한 민치록이 '킹덤: 아신전'에서는 악역으로 전환되며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던 시청자들은 충격이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김성훈 : '킹덤' 시즌2에서 민치록은 절대 충신이었다. 조선과 이창을 위해 본인이 옳다고 믿는 것, 특히 충에 대해 절대적으로 지키려 하는 인물이다. '아신전'도 그 연장선이다. 물론 아신의 입장에서 민치록은 거짓말을 하고, 결과적으로 아신의 가족을 몰살한 동기를 제공한 인물이긴 하다. 그러나 민치록이라는 장수 입장에서 볼 때 조선 왕조와 백성, 조선이라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민치록이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나 싶다. 조선을 위해, 대의를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명분이 확실히 있는 인물이다.
 
'킹덤'이 시즌1부터 이어온 걸 보면, 한양에서 시작해 동래로 내려간다. 가장 핍박받던 곳, 의료 혜택조차 못 받는 하층민, 천대받던 사람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북방에서 가장 최하층에 속한 이들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이자, 그들의 한으로부터 시작되는 생사역 이야기로 본다면 '킹덤'이 걸었던 세계와 일맥상통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아신에 대한 성폭력 묘사가 직접적으로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암시가 나온다. 그리고 여성 주인공이 역경을 넘어 성장하는 데 이러한 내용이 필요한 지점이었는지 의문을 갖는 시청자도 있다. 이에 대한 감독의 생각을 듣고 싶다.
 
김성훈 : 고민이 많이 되는 지점이었다. 모두가 그러진 않았겠지만 당시 시선으로 봤을 때 일부 그러한 행위를 저지르는 군사가 있었을 것이고, 아신이 겪는 역경 속에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당시 이야기를 21세기에 존재하는 시청자가 보기에, 무책임하게 보여주면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나 제작진 모두 마찬가지였고,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가 큰 고민이고 숙제였다. 상당히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그 고민이 지금의 결과물로 나왔다.
 
▷ '킹덤: 아신전'을 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이러한 메시지만은 놓치지 않고 가져갔으면 한다는 게 있을까?
 
김성훈 : '킹덤: 아신전'은 한(恨)이 주요 테마다. 시즌1에서는 가장 아프고 배고픔을 느꼈던 지율헌의 하층민으로 인해 생사역들이 발생했다. '킹덤: 아신전'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장 천대받았던 북방의 변방인이자 하층민이었던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장 천대받고 멸시받는 하층민의 한을 그린다는 점에서 이전 시즌과 맥락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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