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 때문에 고민을 하던 강모(31)씨는 포털사이트를 확인하던 도중 주변 시세보다 1억원 가량 저렴한 경기도 수원시의 신축 아파트 전세 매물에 눈이 갔다. 강씨의 문의에 공인중개사는 "동·호수 등 자세한 정보는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지금 바로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곧바로 15분 거리를 달려 공인중개사에 도착했지만, 중개업자는 "방금 다른 손님이 계약금을 걸었다"며 다른 아파트를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결국 강씨는 결혼자금에 맞는 아파트를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신축·입주 예정 아파트 중심으로 허위매물 기승
입주 물량 감소 등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허위 매물'을 미끼로 고객을 현혹하는 부동산중개업소의 불법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5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 입주를 시작하는 수원시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는 지난달 기준 전체 입주 세대(2355세대)의 25~30%에 해당하는 600~700건이 매물로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허위매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등록된 한 전세 매물의 경우 정확한 호수는 기재돼 있지 않지만, 동·층·타입을 통해 몇 호인지 특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소유자에게 확인한 결과 "공인중개사에 전세 등록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물 2개는 같은 주택이었는데, 하나는 4억2천만원, 나머지는 4억7천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이 밖에도 임대인이 요구한 가격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등록하고, 있지도 않은 타입의 주택도 매물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거래가 완료된 비교적 저렴한 매물은 수주째 거래 중인 매물로 등록돼 있었다.
아울러 수원시 '수원역푸르지오자이', 화성시 '병점역아이파크캐슬' 등 신축 아파트에서도 같은 방식의 허위매물이 여럿 발견됐다.
타 지역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 8월 공인중개사법이 개정되면서 중개 대상이 아닌 매물을 허위로 게재할 경우 최대 5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돼 허위 매물이 많이 사라졌다"며 "하지만 워낙 거래량이 줄다 보니 무리수를 두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들은 '영업 방해' 주장
관련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오히려 입주자들이 정당한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해 영업을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기지부는 지난달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입주예정자협의회 카페'가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를 했다며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과 한국부동산원에 수사를 의뢰했다.
입주 예정자들이 집주인과의 협의에 따라 정상적으로 등록한 매물을 허위매물로 신고해 포털사이트에서 사라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앞서 이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포털사이트 등에 허위매물을 신고한 바 있다. 그 결과 지난달 600~700개였던 매물은 최근 344개로 줄었다.
입주 예정자회 관계자는 "허위매물을 색출하기 위해 입주자들이 상당한 시간을 들여 정보를 일일이 확인했다"며 "이미 허위매물임을 시인하고 사과를 한 공인중개사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입주자들이 주장하는 허위매물은 공인중개사가 실수로 올린 것 또는 시스템 상의 문제"라며 "허위매물이 확실하다면 포털사이트에 올려 영업을 방해할 것이 아니라 경찰이나 국토부에 신고해야 하지 않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