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레스토랑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되나."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가 일부 무리한 요구를 받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하종 신부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제는 노숙인 분들에게 도시락과 다음날 아침으로 드실 빵도 드렸다"고 글의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그런데 한 할머니가 빵 봉투를 받고 열어보시더니, '전 이런 빵 안먹어요. 파리바게뜨 단팥빵 없을까요? 있으면 바꿔주세요'라고 말했다"며 "또 어느날은 어떤 할아버지가 도시락을 받아가신 뒤 다시 와서 '신부님 이거 이천쌀 아니죠? 이천 쌀 아니면 안먹어요. 다음부터 이천 쌀로 밥 해주세요'라고 말하더라"고 토로했다.
김 신부는 또 "불교 신자분들의 도움으로 올해부터 물을 드리고 있는데 물을 받으시곤, '물이 너무 따뜻해 다음부턴 시원하게 얼려서 줘' 라고 말하는 분도 있다"며 "이런 요구를 들을 때마다 많이 당황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메뉴판을 준비해야 하나 싶다. 도시락, 간식, 후원 물품들은 당연하게 있는 것들이 아니다"며 "많은 분들의 후원 그리고 봉사자, 직원분들의 사랑과 노고가 있기에 있을 수 있다. 이 점을 알고 당연한 마음이 아닌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가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벤츠를 타고 안나의 집을 찾은 한 모녀가 무료 급식을 받아가려고 해 논란이 일었다. 김 신부가 도시락이 부족하다고 알렸는데도 '공짜 밥 주는 곳인데 왜 막느냐'며 되레 짜증을 냈다는 모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공분을 산 바 있다.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은 지난 1998년 7월 외환위기 이후 급증한 실직자와 노숙인을 위해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로 실내 무료급식소다. 안나의 집에선 자활시설 운영 등 노숙인 복지사업과 함께 가출 청소년의 가정복귀를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김하종 신부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1990년 한국을 찾아 2005년에 귀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