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개입 부적절하지만"…임성근 2심도 무죄

'첫 법관탄핵 대상' 임성근, 형사재판은 1·2심 무죄
재판부 "직권 없이 남용 없다"…법리상 처벌 불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일선 재판에 개입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개입 행위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에 관여한 행위 자체가 부적절하지만 직권남용죄의 법 논리상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박연욱 부장판사)는 1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임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법관 독립의 원칙상 법원장에게 재판업무를 지휘·감독할 사법행정권은 없다"며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피고인이 당시 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대행했다거나 법원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위임을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해 직권을 행사하는 척하며 실질적·구체적으로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을 때 성립한다. 직권남용죄로 처벌하려면 애초에 '직권'이 있는지부터 따져야 하는 셈이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도 형사수석부장이 다른 판사의 재판업무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 자체를 인정할 수 없어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월권행위에 의한 직권남용이 성립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임 전 부장판사는 201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가토 지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관한 추측성 기사를 게재해 명예훼손 혐의를 받았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임 전 부장판사는 '가토의 기사가 허위라는 점을 판결 전에라도 밝힐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당시 기조실장)의 연락을 받고 해당 사건의 재판장이었던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이를 요구했다. 실제로 이 부장판사는 이후 공판에서 '세월호 사건 당일 정윤회가 대통령을 만났다는 소문은 허위인 점이 증명됐다'며 공공의 이익과 비방 목적에 집중하도록 소송지휘권을 행사했다.
   
또 임 전 부장판사는 이 부장판사에게 판결 이유와 선고 시 읽을 내용을 미리 보고하도록 하고 일부 내용을 수정하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 이 부장판사는 임 전 부장판사의 의견을 반영해 수정된 내용을 읽었다.
   
이외에도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체포치상 사건에서 양형이유 수정을 지시해 이미 등록된 판결문을 취소하게 하거나 유명 프로야구 선수 도박죄 약식기소 사건과 관련해 정식재판 회부를 막고 약식절차로 다시 번복하게 하는 등의 재판관여 혐의를 받았다.
   
앞서 1심은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진 않지만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은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가토 사건에서의 직권남용에 대해 "부적절한 재판관여 행위에 해당한다"며 "선고 시 말미에 구술할 내용을 미리 알려준 부분은 (이동근 부장판사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변 변호사와 야구선수 사건에서도 담당 판사들이 임 전 부장판사에게 의견을 달라고 먼저 요구한 적이 없는데도 재판관여 행위를 한 점에 대해 "다소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임 전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사태로 사상 처음 탄핵소추된 법관으로 헌법재판소의 심리를 받고 있다. 헌재는 지난 10일 임 전 부장판사에 대한 변론기일을 종결하고 곧 파면 여부 등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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