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지 일주일이 됐지만,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큰 변동 없이 답보 상태다.
최 전 원장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데, 그나마 행보를 지켜본 국민들에게도 준비된 후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고, 출마 명분도 큰 공감을 받지 못하며 상승 곡선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출마선언 이후에도 지지율 상승 없이 답보
11일 여론조사업체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5명을 대상(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으로 국민의힘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최재형 전 원장은 8.2%를 기록했다.
윤석열 전 총장 29.6%, 홍준표 의원 13.3%, 유승민 전 의원 10.0%에 이은 4위다.
그런데, 8.2%라는 지지율은 2주 전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8.7%의 지지율보다 떨어진 수치다. 오차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추이는 지켜봐야 겠지만 지난 4일 출마 선언이라는 정치 이벤트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6~7일 T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도 답보상태는 유지됐다.
최 전 원장은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에서 6.1%의 지지를 받아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낙연 전 대표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관의 지난주 조사는 5.8%로 역시 오차 범위 내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질문에 답 피하며 색깔도 숨기는 崔…"더 공부해야 한다"
최 전 원장은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지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전날 TV조선 인터뷰에서 "감사원에 대해 국민들의 이해가 높지 않아 제가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서 정말 필요한 정책들을 내놓고, 또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모습이나 직무 수행하면서 보였던 모습들을 보여드리면 저에 대한 인지도도 높아질 것이고, 지지도도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나 민생 행보 외에 정책 발표 등 이목을 끌어 지지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인 셈인데, 최 전 원장이 10% 이상의 중량급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지난주 대선 출마 선언식에 이어 이날 국민의힘 초선 의원 공부모임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선 자리에서도 연금개혁, 코로나19 방역 등과 관련된 질문에 '더 공부해야 한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법관 출신의 최 전 원장은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이러한 성격이 '준비 부족' 상황을 부각시키고 소신과 철학이 드러나고 있지 않은 셈이다.
최재형 캠프 측의 한 의원은 "너무 완벽하고 세밀하게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정확한 팩트에 기반하려다 보니 답변을 피하거나 본인만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며 "정치라는 것이 착하고 순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얼굴에 철판도 깔아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캠프 내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계속 나왔고, 최 전 원장도 이러한 시각을 의식한 듯 최근 점차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강한' 발언을 내보이고 있다.
이날 페이스북에는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파괴 정부,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고, 초선의원 강연에서는 "현재 정부의 목표 중 제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것인데, 이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 전 원장은 "국민의 삶을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게 바로 북한 시스템"이라며 "판을 깔아주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또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 개입은 줄여야 하고 세금도 전체적으로 부담을 줄여야 한다"거나 "뒤쳐지는 국민들에 대한 책임은 국가가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등 '작은 정부론'에 대해 선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애초에 출마에 나선 명분 자체가 설득력이 없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정치를 선택하게 한 억지 알리바이로라도 사용했다"며 "그러나 최 전 원장은 대통령 출마에 대한 어떤 요청도 없었다. 재직 중 정치와 선 긋는 얘기 한번 없다가 사퇴 직전에 고민이라는 식의 표현으로 예정된 수순을 밟은 것이 전부"라고 썼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도 "현 정부 공직에서 물러나고 보름쯤 지나 입당한 뒤,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있는 것인데, 국민들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하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