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준상이 주목 받은 것은 2019년 방송한 tvN '사랑의 불시착'에서였다. 북한군 4인방 중 순박한 막내 금동이 역으로 활약했다. 어리숙하면서도 우직한 소년병 금동이는 탕준상과 딱 맞아 떨어졌다.
그의 연기력은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에서 빛을 발했다. 탕준상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유품정리사 그루 역으로 마침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내공 있는 배우 이제훈과 듀오 연기를 펼쳤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렇게 입소문을 탄 '무브 투 헤븐'은 넷플릭스 상위권을 차지했다.
SBS 월화드라마 '라켓소년단'은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10대 스포츠물이란 점에서 또 다른 도전이었다. 탕준상은 직접 배드민턴을 배워가며 드라마에 참여했다. 대역을 쓸 수 있는 장면까지 직접 참여할 정도로 열의가 뜨거웠다.
야구에서 배드민턴으로 종목을 변경한 천재, 시골 배드민턴부 아이들 사이 스며드는 도시 소년, 풋풋한 첫사랑, 부모와의 갈등까지. 탕준상은 윤해강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튼튼하게 쌓아 올렸다.
연기 경력만 12년 차지만 아직 스무살도 되지 않은 나이, 탕준상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다음은 그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A 최초로 배드민턴을 다루는 건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배드민턴을 좋아했기 때문에 실컷 할 생각에 기대가 컸다. 중간에 해강이가 시력이 악화됐을 때는 아테네 올림픽 손승모(남자 단식 은메달리스트) 선수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지만 모든 이야기를 가져온 것은 아니고 해강이 캐릭터로 만들어 줬다. 원래 발은 대역을 써도 되는데 제가 전문적으로 잘 배운 게 아까워서 다 하고 싶어 직접 촬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는 힘들었다. 그런데도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쳤다. (웃음)
Q 배우 유아인과 야구선수 양현종이 '라켓소년단'을 언급했다. 유아인은 SNS에 결방의 아쉬움을 토로했고, 윤해강의 우상으로 언급된 양현종은 "실력도 성적도 생각했던대로 되지 않는 현재 나를 한 번 되돌아보고 떨어져 있던 자신감을 다시 가질 수 있게 해주는 드라마 '라켓소년단'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A '라켓소년단' 단체 대화방에 유아인 선배님 게시물이 올라와서 '헐 대박' 이랬다. 나도 그랬고, 다들 너무 행복하고 좋아했다. 시청자 분들 중 한 명이지만 존경하는 선배가 이렇게 봐주시는 것만 해도 너무 좋다.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언젠가 함께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 양현종 선수님은 드라마 속에서 계속 롤모델로 이야기 하다 보니 정말 우상처럼 느껴졌었다. SNS에 저까지 태그해서 아신다고 하니까 신기하고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A 현장 자체를 편안하게 해주고 몰입하게 해주는 신기한 능력이 있으시다. 괜히 선배님이 아니다. 부자지간이라 단둘이 붙는 감정신이 많았는데 갈등하고 후회하는 장면들에서는 해강이가 어떻게 더 중학생스럽게, 순수하고 풋풋한 모습으로 대사를 칠 수 있을지 진심으로 고민하면서 이야기를 나눠주셨다. 그 덕분에 더 잘할 수 있었다. 형들하고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형들이 전부 제게 잘해주시고 잘 맞아서 같이 놀 수 있었다. '라켓소년단' 멤버들하고도 친해져서 그런 진심이 담긴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한 지점이 있다면
A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생각하게 된 작품이 된 거 같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현장 안에서 서로 일을 맞추면서 느꼈던 감정들이다. 완만한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그걸 헤쳐 나가는 것에 있어 이번 작품을 통해서 배웠다. 윤해인 역의 막내 세빈이부터 왕할머니까지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많이 배워서 인간 탕준상이 더 성숙하게 성장한 작품이다.
Q 그 나이 또래와 어울리면서도 독특한 역할에 많이 도전해 호평을 받았다. 또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을까
A 영화 '조커'처럼 미치광이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다. 지금 내 또래에 맞는 걸로는 최근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봤다. 그게 제 인생 드라마가 됐는데 삶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를 하고 싶다. 또 '미생'의 장그래처럼 사회 초년생 이야기를 담은 역할도 한 번 해보고 싶다. SF 판타지, 범죄 오락, 코미디 다 해보고 싶다.
A 중학교를 다니면서 '나랏말싸미'를 촬영하고 있었다. 작품 때문에 머리를 삭발한 상태였다.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하는 그냥 일반적인 학생이었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촬영과 병행하면서 학교를 꾸준히 다녔었다. 축구를 하루종일 해서 좋았었던 기억이 난다. 그 전에는 현장이 익숙하지 않았는데 '나랏말싸미'부터는 감독님과 이야기 나누는 게 편해지고 마음을 내려놓아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Q 이제 곧 스무살이 되는데 목표가 있다면? 또 평소 사진 찍기가 취미라고 들었다. 본인의 인생샷을 남긴다면 어떤 모습일까
A 운전면허증을 취득해 차로 여행을 가보고 싶다. 부모님 모시고 바닷가에 가서 힐링하면서 즐기고 싶다. 지금은 검정고시 합격과 연극학과 입시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반려묘 (탕)후루와 같이 많이 놀지 못했는데 이제 실컷 놀아줄 생각이다.
'라켓소년단' 멤버들도 사진을 멋있게 많이 찍어줬다. 촬영하러 가서 예쁜 풍경보면 그 사이 예쁜 장소를 찾아서 사진을 찍곤 했다. 가장 최근에는 화보 촬영장에서 제 사진을 모니터하며 찍었다. 인생을 한 장에 담아 낼 기회가 온다면 마지막, 죽음을 앞두고 눈 감기 전에 제 얼굴을 찍을 것 같다. 눈빛과 주름 그런 모든 것들이 제가 살아온 날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 마지막 날에 나의 무보정 증명사진으로 하겠다.